다이어트와 체중조절
상업화된 다이어트와 미시권력의 작동
미시적 규율 하에 작동하는 다이어트의 핵심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핍’, ‘불안’에서 시작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자기 비난’과 ‘죄책감'과 같은 도덕 감정이다. 과체중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의 초점은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란 의학 지식을 수용한 개인이 결핍과 불안으로 부터 시작하여 자기 비난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사회적 기제의 작동 방식이다.
가령 건강/의료/피트니스과 같은 상업화된 산업에서 제시하는 다이어트는 "내가 내 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자문을 곧 “몸을 배려하고 보살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건강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부족한 사람이란 자책감과 죄의식으로 변화 시킨다.
이 지점에서 과체중은 개인의 사적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도덕적 결함이 된다. ‘건강한 날씬함’이란 규범에 갇힌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비난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미시 권력의 프로세스 속에서 과체중은 사회적 조롱의 대상이자 스스로의 자책과 비난의 원천이다. 성적, 인종적, 종교적 등, 드러난 권력에 의해 차별 받는 소수자들이 그 해결점을 ‘권리’라는 이름으로 사회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미시권력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과체중의 사람들은 비만이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오직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비난, 개인적 자책으로부터 영원히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다.
운동선수의 체중조절
운동선수의 체중조절은 살을 빼는 물리적 행위라는 측면에서는 다이어트와 같다. 그러나 그것이 미시적 규율 하에 작동하는 다이어트와 다른 점은 체급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 그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사회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명확하게 짜여진 규칙의 통제 속에 벌어지는 경쟁의 산물이다. 이 세계는 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와는 확연하게 구분된 허구의 세계이다. 오직 미리 정해진 규칙이 통제하고, 선수는 정해진 규칙의 범위 안에서 최고 수행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그 전략이란 것이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에 속한 것이라면 사회적 비난, 죄책감 같은 도덕적 감정과 결부되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선수로서 역경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했다는 명예와 자부심이 도덕적 비난을 대신한다. 운동 선수들의 체중조절은 죄책감이 아닌 고통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체중까지도 전략적으로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가치가 실천의 원동력인 셈이다. 운동선수의 체중조절은 다이어트처럼 무조건 체중을 ‘빼는 것’이 아니라 전략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체급 경기에 참여한 선수는 감량을 통해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선수와 대결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상위 체급에 만만한 선수들이 있을 경우 체중을 증가시켜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하기도 한다. 체중조절이 다이어트가 아니라 조절이고 전략인 이유이다. 체급운동선수의 체중조절은 오직 스포츠의 장에서 내면화되고 습관화된 행위라는 측면에서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이기 보다 '관행 또는 실천(practice)'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시규율의 통제 하에 놓인 다이어트와 전략적 실천으로서 운동선수의 체중조절이 개인의 몸을 대상화하고 도구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신체 소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소외된 신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미시권력의 감시와 통제 아래 놓인 것은 아니다.
201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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