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박태환 도핑 스캔들 바로 보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의 결정에 따라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다. 결국 ‘출전’으로 결론 났지만 대한체육회가 입은 타격은 적지 않다. 게다가 대중의 생각은 아직도 ‘대한체육회는 죽일 놈들이다’, ‘약쟁이를 국가대표로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치우쳐 있다. 이에 사건을 정리하고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살펴 보기로 한다. 2014년 9월 3일, 국제수영연맹은 박태환에게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 결과를 통보하였다. 테스트는 두 달 전인 7월에 이루어졌다. 박태환은 이 검사 후에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였고(인천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는 통과 함), 대회 후, 도핑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을 박탈당하고 통보일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를 받는다. 2014년 7월,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의 공정성 및 도덕성을 바로잡자’라는 취지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강화한다. 여기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 6항이 신설된다. 공교롭게 시기가 겹치지만 박태환의 도핑과는 상관없이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3월, 박태환은 18개월의 징계를 마치고 선수 활동 재개한다. 근데 왠걸, 국제수영연맹의 징계만 풀리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제정된 국가대표 선발규정 5조 6항의 적용 대상이 되어 국가대표 선발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달라”며 기자회견도 하고 절도했던 것이다. 이런 박태환의 액션에 대한체육회는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공정 윤리를 바로잡자고 만든 조항인데 박태환이라고 특혜를 줄 수 있겠나.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게 박태환이 2년(18개월) 징계를 받았고, 국가대표 선발 징계는 3년이니 1년 후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뀐 선발 조항은 징계 만료일로부터 추가 3년 이다. 박태환이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건 올 3월 기준으로 3년 후인 2019년 3월인 거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5년부터 약물 징계의 수위를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늘렸기 때문에 도핑에 걸리고 다시 국가대표가 되려면 규정에 따라 5~7년이 지나야 하는 것이다.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 불가 사실이 알려진 후 논쟁의 초점은 ‘이중 징계’로 옮겨간다. 국제수영연맹 차원에서 18개월 자격정치 처분을 이미 받았는데 추가로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은 이중 징계에 해당된다는 것.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여러 가지가 나왔지만 정답은 대한수영연맹 소속의 박태환이 국가대표가 되려면 상급 단체이자 국가 NOC인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 이때 박태환 측이 제시한 사례가 ‘오사카룰’인데,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금지 약물 복용으로 국제아마추어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6개월 이상 징계 받은 선수를 IOC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고 징계를 내렸었는데 이를 CAS가 이중 처벌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지 약물 복용을 할 경우 각 종목 협회, 연맹에서 자격정지를 내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추가적 징계를 내리는 건 부당하다는 결정이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올림픽 출전 신청 마감 시일이 임박해오자 박태환은 법원에 자신에게 국가대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한다. 그 결과 7월 1일 서울동부지법은 “박태환은 대한수영연맹의 수영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 제6호에 의한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리우올림픽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지위가 있다”고 박태환의 손을 들어준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한 발 물러서 국제스포츠중계재판소 CAS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고, 리우 올림픽 출전 선수 신청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7월 8일) CAS가 출전 가능 의견을 보내오면서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박태환이 스타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중 감정에 호소하고 법을 동원해 상황을 뒤집은 건가. 박태환은 이중처벌의 불합리를 호소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한체육회가 나쁜 놈들이라 악의적으로 박태환을 괴롭힌 건가. 대한체육회는 그들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집행했을 뿐이다.

문제는 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제정하면서 ‘제5조 6항’이 국제 룰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대표의 품위를 위해 도덕성의 기준을 높인 게 뭐가 잘못인가’ 이 정도 생각을 할 테니까. 그래서 핵심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만든 사람들이 개혁을 위해 대표 팀 선발 약물 규정을 강화시켰는데, 그게 국제 기준에 반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박태환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대한체육회가 행정오류를 바로 인정할 수 있었겠나. 그래서 명분으로 국가주의 스포츠의 수사를 동원해 정당성을 주장했던 거다. 국가주의의 수사를 동원했다는 건 무슨 얘기냐, 체육회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시종일관 내세운 말이 ‘국가대표는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명예롭고, 공명정대해야 하고, 원칙을 지키며, 도덕성과 품위를 갖춰야 한다는 거다. 이 시대적 변환기에 스포츠 개혁을 성취하기 위해선 그동안 성적에만 몰두해 잃어버렸던 원칙들을 복원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 말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국가대표는 어때야 한다'는 이 빛깔 고운 수사들은 국가대표를 특별한 존재로 부각 시킨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국가를 위해 소비된다. 국가의 명예에 걸맞은 국가대표의 이상적 모습만 선전 되고, 선수도 한 명의 독립된 개인이자 직업인이란 감각은 마비된다. 박태환을 비롯하여 모든 국가대표들은 올림픽에 출전해서 밥 벌이를 해야 하는 직업 운동선수들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등록 선수가 치료가 목적이든, 경기력 향상이든 무엇이든 간에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면 그 손발을 5년에서 7년까지 묶어 놓겠다고 한다.


지나친 처사다. 그가 약물을 했든, 음주운전을 했든, 학폭을 했든, 정당한 수준의 징계를 내리고 다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국가대표는 특별해야 한다는 정체성의 정치는 국가에 의한 불합리와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 시킨다. 혹시 대한체육회가 약물에 대한 징계 강화로 전시하고 싶었던 건 스스로의 높은 도덕성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렇게 깨끗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CAS는 왜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을까. 오늘날 스포츠는 동네 수준부터 국제 수준까지 위계적 질서 아래 관료화 되어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 체육기구로서 국가대표의 선발 시 약물에 대한 징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박태환이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대한체육회는 대외적으로는 국가 NOC로서 상위 조직인 IOC의 기본 방침을 따라야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IOC는 각 국의 NOC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들의 권위와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약물복용을 엄벌해 국가대표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스포츠가 정하는 기준과 범위를 벗어나면 대한체육회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와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2016. 7. 9.

조회수 5회댓글 0개

Commentaire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