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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과 그 한계

최종 수정일: 2022년 1월 11일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말의 전제는 모든 인간이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가정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이다. 승마와 요트의 두 개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의 기본 형식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이처럼 인간 사회는 남녀 양성으로 구성되고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는 가정을 마치 과학적 사실처럼 전제하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이자 2009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 Caster Semenya는 성별 논란으로 오랜 홍역을 치렀다. 세메냐는 여자아이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9년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경쟁했던 다른 나라들로부터 성별에 대한 확인을 요구받는다. 이유는 전통적 기준에서 볼 때 세메냐가 너무 “남자”처럼 보였기 때문. 이후 IOC와 국제스포츠기구들은 “여성 공정성 female fairness” 정책의 일환으로 여자 선수가 외모적으로 “여성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안드로겐과잉증 hyperandrogenism 검사결과를 제출해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정상적인 남성 범위" 이하인 경우에만 경기에 참여 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800m 은메달리스트였던 인도의 순다라얀은 아드로겐과잉증 판정을 받아 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코클리(Coackley, 2017)는 IOC와 스포츠기구들의 성판별검사가 다음 8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① 인간은 남성과 여성이란 겹치지 않는 두 범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성되지만, 여성의 난소 및 부신 샘에서도 생성된다. 에스트로겐 또한 모든 남성에게 자연적으로 분비된다)

② 외모를 토대(성판별 검사는 외모적으로 의심되는 선수에게 실시된다)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자격을 부여하는 건 차별이자 엘리트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성선수들을 낙담시킨다. 선수들은 서구 문화에서 정의하는 여성의 모습(헤어스타일과 화장을 하는 등)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③ 성판별 검사는 서구 의료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불공정하다. (IOC와 IAAF는 안드로겐과잉증 검사 외에도, 테스트에 실패한 선수들에게 "안드로겐에 무감각 androgen insensitive"하다는 추가 테스트가 입증된 경우에만 경쟁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④ 이 정책은 여성으로서 충분치 않다고 판정 당한 여자선수에게 정신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⑤ 이 정책은 테스토스테론을 성별을 판별하는 유일한 요인으로 간주하고 그 정도에 따라 여자 경기의 불공정성이 초래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엘리트스포츠의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요인은 200가지가 넘는다.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겐과잉이나 테스토스테론의 레벨로는 경기에서의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

⑥ 이 정책은 공정성을 표방하지만, 테스토스테론보다 선수의 경기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훈련, 코칭의 질, 장비, 기술, 스포츠 의학 및 식품에 대한 불공정한 접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⑦ 이 정책은 간성(남성과 여성의 중간에 위치한) 및 트렌스젠더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 정책의 관점에서 이들은 모두 성별에 “의혹 있는” 부류들이다.

⑧ 이 정책은 남자 경기에서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남자 경기에서도 호르몬은 영향을 미친다.

IOC와 국제스포츠기구들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성판별검사를 실시해 왔다. 초창기의 신체외관검사, 이후 염색체검사, 호르몬검사 등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성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염색체검사의 경우 XY, XX만이 스포츠가 구분하고 있는 참가 자격조건을 충족시키지만, 오히려 생물학적 사실은 XY, XX뿐 아니라 XO, XYY, XXY 등과 같이 다양함을 보여줄 뿐이다. 세메냐도 자궁과 난소가 없는 대신 남성에게서 볼 수 있는 고환이 있다. 성별을 남녀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편의를 위한 것일 뿐 그 자체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다(임옥희, 2006). 그런데도 스포츠에서 남성과 여성의 두 분류체계로 구분되지 않는 선수들은 선천적 기형 또는 장애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러나 모든 종목이 참여 자격을 남성과 여성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오늘날의 스포츠의 성별에 대한 이분법적 구분이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반영하지 못함을 보여줄 뿐이다.


스포츠에서의 성 구분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이다. 스포츠는 남자와 여자란 전통적 섹슈얼리티의 관념을 지속해서 강화시켜 왔다. 스포츠의 공정성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의 토대 위에 존재기 보다 각 종목의 체계 내에서 사회적으로 구

성되어진다. 세메냐의 사례는 앞으로 어떠한 기준으로 성별을 구분하더라도 선수의 인권, 신체에 대한 존중, 사생활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출처: 박보현, 한승백, 탁민혁(2018). 스포츠사회학. 서울: 레인보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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