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시리즈 5
나는 이번 안세영 사태를 계기로 페북에 썼던 첫 글에서 투어 선수들이 팀 연봉뿐 아니라, 대회 상금, 대회 출전 거마비 정도의 출전비, 스폰서십, 광고 등으로 밥벌이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당연히 안세영도 그런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라네. 한국 국가대표 선수는 그게 안 된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안세영은 지난해 약 9억 정도를 벌었다. 상금이 8억 6,151만 원이고, 연봉이 6,100만 원이라고 한다. 연봉은 추정 값인데, 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 계약 관리 규정에 따라 첫 연봉은 5천을 받았을 것이고, 연간 7% 이상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3년 차인 점을 감안하고, 최대 인상치를 추정해 6,100만 원이라 가정한 것이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인구도 많고, 배드민턴 시장도 좋고, 선수 개인의 인기가 사라포바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세계 랭킹 13위 푸살라 신두는 광고와 스폰서십으로만 97억을 벌었단다. 그런데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이 이것밖에 못 받은 이유가 “국내 선수는 규정상 개인적 후원이 모두 금지됐기 때문"이란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한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는 나라이고, 대부분의 개인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래의 유튜브 영상에서 처럼 세계를 누비는 선수의 개인적 후원이 모두 금지됐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어떤 언론들은 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있는 ‘복종’ 규정을 든다. 선수촌 안에서도, 밖에서도 이 규정에 따라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도록 명령했다는 것. 이 또한 개소리일 확률 58000%. 실제로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 “국가대표 경력 5년 이상에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이면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한다.”라는 조항 때문일 것이다. 여자 나이 만 27세까지는 BWF를 국가대표 자격으로 뛰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지금 안세영이 주장하는 대로 개인 자격으로 뛰면 이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위반해, 국대 선발 불가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개인이 아닌 국대 자격으로 BWF 투어를 뛰면 그와 관련된 스폰서십은 협회 몫이 될 것이다. 협회 1년 스포서십 수입은 20억, 용구 후원 비용은 10억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이게 핵심이다. 22세인 안세영은 5년이 지나야 개인 스폰서십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자격으로 대회를 나가겠다고 하는 거다.
그리고 지금 협회에서 '현실'과 '형평성' 얘기를 자꾸 들먹이는 건 “니가 혼자서 운동한 거 아니고, 국가대표 시스템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운영되어 세계대회도 나간거니, 그래도 27세까지는 이런 식으로 보은해야 우리가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또 네 후배들도 성장할 수 있으며, 그동안 너의 모든 선배들도 다 이런 식으로 보은하고 선수 생활 했으니 너도 이기적으로 특별대우 바라지 말고 남들 하던 대로 해라” 뭐 이런 얘기다.
그렇다면 안세영이 이렇게 전국민을 헷갈리게 하면서도 국가대표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뭔가. 그냥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고, 협회로부터 징계받으면 되는 데. 안세영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국대 규정도 지켜 국가대표도 선발되고 싶은 거다. 언론은 안세영의 문제는 결국 ‘돈’이었다. 이 따위로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그렇다 돈이다. 돈인데, 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국가의 한 시민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받고, 정당한 경제활동에 대한 보상을 못 받아서 돈 얘기를 꺼내는 상황이다. 내가 금메달도 따고 세계랭킹 1위인데 날 왜 이 따위로 대우하나란 취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소한이라도 내 가치를 인정 받아야 겠다는 선수와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길러주고, 세계적인 선수 만들어 줬으니 너도 보은하라는 협회, 당신은 어는 쪽이 맞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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