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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시리즈 6


안세영 사태를 권위적인 협회와 힘없는 선수의 대결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이론이 있는 분들의 의견을 보니, 자신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선수의 입장과 vs 형평성, 분배, 비인기 종목의 현실, 생존을 주장하는 협회의 입장을 도식화 한다. 즉, 안세영의 능력주의 및 개인주의 vs 협회의 공동체주의 및 집단주의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결이라니. 그래서 협회와 힘없는 선수가 갈등을 벌일 경우, 언제나 선수의 편이던 이들도 이번 사안 만큼은 선뜻 선수의 손을 들어주기가 뭐한 것이다. 개인보다는 공공이 선이 우선 아닌가. 나는 이런 관점이 환원주의가 만들어낸 오류이고, 협회가 말하는 공동체주의와 현실은 지독한 무능력과 직무유기가 빚어낸 변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아래 신문의 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은 운영 지침은 다음과 같다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선수 개인 후원 계약은 우측 목 칼라에 1건으로 지정한다. 배드민턴 용품사와 협회 후원사와 동종 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이렇게 개인의 스폰서십 계약을 묶어놨다. 여기에 내가 지난번 <안세영 시리즈 5>에서 지적 했던 국가대표로 선발 규정 “여자 나이 만 27세까지는 BWF 투어를 국가대표 자격으로 뛰어야 한다.”가 결합되면 지난해 BWF 월드투어 총 13개 대회에 참가해 12번 결승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9개의 타이틀을 차지한 안세영의 모든 스폰서십 권리는 대표팀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작년 메이저 대회 3승과 ATP 투어 4승을 한 조코비치에 이 케이스를 적용하면 모든 ATP와 그랜드슬램 대회는 국대 신분으로만 출전해야 하고, 국대 후원 용품만 사용해야 하니 라코스테 옷도 노출을 못 시키고, 헤드 스피드 프로 라켓도 못 휘둘러 댄다는 얘기다. 안세영이 개인 스포서를 허용해 달라는 얘기는, 개인 스폰서십이 없다는 게 아니라 BWF 투어경기에 국대 후원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풀어 달라는 얘기인 셈이다.

배드민턴 협회는 개인 후원을 풀면 대표팀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표선수들을 묶어놔야 연간 30억이든 40억이든 대표팀 스폰서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과연 배드민턴 협회는 스타선수에 의지하지 않으면 돈벌이가 불가능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가? 한국의 배드민턴 인구는 300만 명이 넘고, 동호인 종목 가운데 축구 다음으로 클럽이 많은 풀뿌리 저변이 가장 넓은 인기 스포츠가 돈이 없어 스타 선수 개인의 권리를 착취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과거에는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 국가대표 선수 발굴, 육성, 선발, 경기 개최, 국제대회 파견하면 만고 땡이었지만, 이제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단체로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돈 나올 구멍이 없다고 우는 소리만 내야 이 말이다.

이번에 각 협회별 기부금 수입도 공개가 되었는데, 배드민턴 협회의 기부금 수입은 0원이었다. 대중은 회장이나 이사란 놈들이 어떻게 돈도 한 푼 안 내놓나,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배드민턴 협회는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조차 되어 있지 않다. 지정 신청을 안 한 것이다. 예전에는 특수법인인 대한체육회를 빼고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2018년 법인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체육단체들도 지정기부금단체의 지위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축구, 양궁, 사격, 태권도, 유도, 장애인체육회 등등 여러 종목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가 되어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기부금을 통해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안 챙기는 배드민턴협회가 무슨 할 말이 있나.

과거 종목별 단체들은 대한체육회 아래에 붙어 올림픽에서 성적 내고, 지원금을 더 받으면 그만이었다. 관변단체였던 대한체육회의 역할이 그랬으니 그 부분적 책임에 충실하는 게 역할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체육단체 통합이 이루어졌고, 행정적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경계가 허물어졌으며, 이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같은 종목별 단체도 17개 시도, 228개의 시군구를 거느린 중심 기구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해 다양한 사업을 벌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변화된 시대에 불법적 내규를 만들어 개인의 권리를 착취해 얻은 스폰서십에만 의지해 운영되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말하는 그 현실이란 무엇인가. 막상 협회가 해야 할 일은 방기하고, 그들의 무능력을 둘러대는 변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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