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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중계 유감

최종 수정일: 2022년 1월 9일



남북 단일팀으로 결성된 팀 코리아가 예선 1차전에서 스위스에 8 대 0, 스웨덴에 또다시 8 대 0이란 스코어로 패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기대도 많았던 단일팀이 연이어 패하자 구름 위에 떠 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열심히 열을 올리던 중계진마저 결과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를 쏟아 냈습니다. SNS를 통해 알 수 있는 대중의 반응도 "거봐라.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하니 이 꼴 나는 거다, 뭐 하러 단일팀을 만들어 이 망신을 떠나." 뭐 이렇습니다. 물론 남북 단일팀 자체로 의미가 있는데 승패가 무슨 상관이냐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무척이나 환영하고, 공동 입장, 공연단 방문도 지지하지만, 급작스러운 단일팀 결성은 좀 멀리 나갔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번 예선전의 대패의 원인을 정치적 단일팀 결성 때문이라고 전가하는 것 역시 또 한번 멀리 나간 거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대결이라는 게 싸워서 이겨야지 제맛입니다. 만일 이기진 못하면 뭔가 감동이라도 줘야 면피를 하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단일팀은 스코어 상 박살이 났고, 많은 사람들은 실망을 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제가 누굽니까. 어려서부터 하루 종일 누워 줄곧 모든 스포츠를 봤던 그래서 80년대에 이미 재가 교포팀 와이드 캐츠와 재미교포팀의 에이스 석주광의 빙구 경기를 기억하는 아이스하키 관람의 산증인.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를 전해주는 감동의 포인트를 잘못 잡았구나. 경기를 진다고 원망하면서 볼 건 아닌데"란 생각 말이죠.


어제 스웨덴과의 경기는 1피리어드부터 4실점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끌려갔습니다. 이때 중계진이 설정한 감동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요. 1점 획득이었습니다. 아무리 개박살이 나더라도 단일팀이 단 1점이라도 획득 하길 바라면서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중계를 했습니다. 그 기획대로 1골을 넣었으면 마치 금메달을 딴 것처럼 환호했을 것이고, 오늘 아침 매체마다 "남북 단일팀 투혼으로 첫 골을 만들다"하고 개난리 부르스를 떨었을 것입니다.


근데 엘리트 스포츠란 게 엄연한 수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스웨덴이 어떤 나라입니까. 여자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가 결성된 지 10년이나 되었고, 10개의 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많은 뛰어난 외국 선수가 뛰고 있고, 또 많은 스웨덴 선수들이 북미를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스웨덴은 많은 선수들이 아이스하키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거기서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의 수준은 두 말하면 잔소리인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프로 리그는커녕 국내 유일하게 한 팀이 있고, 그 팀이 곧 국가대표팀인 나라입니다. 북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력 강화를 위해 레이다 망을 펴서 북미에서 교포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귀화 시켜 데려왔다지만 그들 역시 대학생들이입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인 거죠. 그러니까 팀 코리아는 아이스하키로 밥 벌어먹는 전문 프로하키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아마추어 팀이고, 스웨덴은 세계적인 리그에서 선발된 프로 팀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전력 차이를 염두에 둔 경기 해설에서 점수에 감동 포인트를 맞추면 중계가 힘들죠. 경기가 슬퍼집니다. 그렇다면 무슨 재미로 경기를 봐야 할까요.사실 우리가 아이스하키에 대하 뭐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잘 모르거든요.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해 어떻게 당당하게 보디체크를 하고, 어떻게 드리블을 하고, 어떻게 수비 대형을 이끌어 가는지 거기서 일어나는 치열한 열기와 치밀한 전술을 경험함으로써 "아이스하키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차근차근 생소한 종목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 이게 중계의 포인트가 되었어야 합니다. '


어제의 아이스하키 중계는 스포츠의 가치가 승리, 경쟁, 점수획득에만 있다고 여기는 미디어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그 해석은 무한 변주가 가능하고 그 리듬 속에 가치와 감동은 훨씬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경기 일본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일본이 상대면 어떤 경기든 실력보다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남북이 힘을 합쳐 똘똘 뭉치면 일본 따위 못 이기겠습니까. 하지만 일본 역시 이미 유럽과 북미의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 많은 프로선수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준 차는 확연하고,현실은 냉정하니, 패배가 필연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정치적 단일팀 결성으로 돌리는 처사는 참으로 비열한 정치적 책술입니다.엘리트 스포츠에서의 감동이라는 게 그렇게 딱지치기 하듯 금방 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기성용 선수가 이런 명언을 남긴 것입니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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