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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무관중 경기와 홈 어드밴티지

코로나 시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관중석의 모습은 낯설고 기이하다. 팬들의 열기는 간데없고, 무관중 경기나 제한적 관중 입장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응원단은 팬들의 사진이나 모니터를 걸어 놓고 응원가, 박수 소리, 함성 등 각종 음양 효과를 틀어댄다. 사람도 없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아마도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의 열렬한 응원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홈팀 선수들의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본고에서는 코로나 시대 프로스포츠의 한 단상으로서 홈 어드밴티지와 관중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홈 어드밴티지에 관한 고전적 주장들

종목 불문, 홈경기의 승률이 어웨이 경기의 승률보다 더 높다는 소위 홈 어드밴티지에 관한 주장은 많은 연구를 통해 실증되어 왔다. 그렇다면 홈 어드밴티지가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다음은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가장 고전적 주장들이다.

첫 번째, 이동 거리나 시차 적응의 문제다(travel factors). 1954년 해방 이후 첫 FIFA 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 대표팀은 미군 수송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고, 거기서 다시 세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스위스에 도착하였다.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했던 험난한 여정이었다. 게다가 스위스에 도착해 시차 적응은커녕 여독도 풀지 못한 채 경기에 출전해야만 했다. 헝가리 전 9:0, 터키 전 7:0의 처참한 스코어는 경기력만의 차이는 아니었다.

두 번째는 심판 판정이다(rule factors). 경기장 위의 포청천인 심판. 룰에 따라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겠지만 심판도 사람이다. 몰려온 홈 관중의 함성에 심판들은 “잘못했다간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하겠구나”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인정하지 않겠지만, 심판들은 원정 팀에 더 많은 옐로카드를 꺼내고, 스트라이크가 볼로 보이며, 인이 아웃으로 보이는 등 자신도 모르게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



세 번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이다(learning and familiarity factors). “똥개도 자기 집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다. 홈에서 출전하는 선수들은 수없이 훈련을 거듭한 경기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시차, 기온, 습도, 음식 등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학습되어있고 익숙하다. 이런 환경이라면 아무리 약팀이라도 강팀을 상대로 이변을 만들어 볼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홈 어드밴티지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통이 발달한 요즘 시대 원정의 고단함은 많이 완화되었다. 심판 판정에 따른 이점은 어떤가. 축구의 VAR(Video Assistant Referees)처럼 수많은 미디어 수용자 앞에서 몇 번씩 돌려보는 비디오 판독이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스포츠 심판부터 대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경기장 분위기에 휩쓸려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여유가 있겠는가. 홈경기장에서의 익숙함이 선수들에게 학습효과로 나타난다고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즌 내내 반복되는 홈 앤 어웨이 방식에서 원정 경기가 낯설어 봐야 뭐 얼마나 낯설겠는가. 홈 어드밴티지란 당신들의 느낌적인 느낌일 뿐 시공간이 압축된 오늘날의 스포츠에서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간 회원 사진을 좌석에 배치한 MLB

선수를 움직이는 관중효과의 힘

현대 스포츠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것은 관중효과(audience effect) 때문일 것이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는 등 광적인 응원을 퍼부었을 때 홈팀 선수에게 심리적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원정팀은 정반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홈 어드밴티지에 관한 연구 가운데 홈팀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해 공격성이 강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안타깝게도 선수들의 호르몬 증가를 자기 영역을 지켜내기 위한 동물적 본능의 발휘로 해석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홈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이 선수들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높이고 호르몬 분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앞서 관중의 함성이 심판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무관중 또는 제한적 관중 입장이 이뤄지고 있는 2020년은 홈 어드밴티지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 응원 소리만 연출할 때의 홈 어드밴티지 효과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상황이 의도치 않게 연출된 것이다. 만일 여전히 홈 어드밴티지 효과가 증명된다면 관중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관중효과의 핵심 요소라 판단할 근거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아무리 완벽한 가상현실의 응원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해도 선수들에게 과거와 같은 심리적 상승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 홈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경기장 입구를 들어서 순간 느껴지는 압도적 분위기, 한 번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단지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공유하는 강한 동질감과 연대감, 경기의 매 순간마다 소리 지르고, 흥분하고, 뚜껑이 열리는 그 특별한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어떻게 이 열광을 소리 연출로 대체할 수 있겠는가. 빅터 터너는 흔히 굿판이나 종교집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 열광의 상황과 공간을 코뮤니타스(communitas)라 불렀다. 그러니까 관중효과란 대충 사람들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응원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코뮤니타스란 특별한 상황과 공간 속에서 관중들이 만들어내는 열광이 선수에게 상승작용의 힘으로 전달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프로스포츠와 홈 어드밴티지

홈 어드밴티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몇 가지로 단순화시켜 이해하려는 무모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이 가운데 관중효과는 홈 어드밴티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실질적인 효과보다 홈팬들의 교감을 독려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스포츠에서 관중효과는 특별하다. 오늘날 프로스포츠의 풍경이 경기장을 직접 찾은 관중과 열광으로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모니터 속 팬을 향해 달려가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마저도 코로나 시대가 선사한 소통을 위한 노력이라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씁쓸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프로스포츠는 더 완벽한 가상현실을 만들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게 아니다. 땀 냄새 나는 관중 속에 파묻혀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염원하며 뚜껑을 열고 함께 응원하는 것, 하루빨리 그런 날이 다시 오길 기원한다.


서울스포츠 2020년 11월호 No. 361 스포츠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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