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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갇힌 스포츠혁신위원회

최종 수정일: 2022년 1월 15일

체육특기자제도는 현 한국 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다. 학습권을 박탈하는 제도적 기제이며, 전문 운동선수 외에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 뿐만 아니다. 체육특기자 제도 속에서 성장한 학생선수는 기본 교육을 받지 못해 일상 문화나 공동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이들은 삶의 기본적인 가치조차 모른다. 특히 체육특기자제도는 학생선수들에게 청소년기에 요청되는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함양과 균형적 사회 인식을 가로막는다. 때문에 스스로 부당한 폭력과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부당한 처사를 당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이 없다. 그러니까 스포츠계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가장 근원적 원인은 다름 아닌 체육특기자 제도이다.

내가 쓴 소설이 아니라 혁신위 권고안에 나오는 내용을 보탬 없이 재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의 원인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결여된 학생선수들 때문이고, 이들이 맞아도 말하지 못하는 똥멍충이가 된 이유는 운동만 하면 자동으로 대학까지 보내주는 체육특기자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체육특기자제도는 잠재적 범죄자 양성 제도임이 분명하다. 교육부 장관은 뭐 하고 있나. 만사 제치고 이 제도의 철폐부터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이게 혁신위의 주장이고 이 권고문이 문체부와 교육부에 전달되고 가감 없이 정책으로 실행될 거라고 한다. 나는 이번 혁신위 2차 권고안으로 촉발된 논쟁은 학교체육 개혁 세력과 엘리트체육 진영의 파워 게임의 재현이라고 생각한다. 간판만 바꿔 달았지 실상은 수없이 반복된 ‘체육특기자제도’를 둘러싼 양 진영의 힘겨루기일 뿐이다. 사실 체육특기자제도란 게 본질적으로 학교가 전국에서 스카우트해온 선수들을 학교 대표로 출전시키기 위해 무시험 입학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결론만 말하면 체육특기자제도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목숨 걸고 달려들어 운동선수의 무시험 입학이란 예외조치를 관철했던 사람들이 대한체육회와 협회로 대변되는 엘리트 진영이다. 그 결과 다양성을 상실한 채 학교가 거의 유일한 거버넌스로서 오늘날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독점하게 되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엘리트 진영이 집요하게 체육특기자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해 목숨 걸고 달려든 이유는 무엇이었나. 학교가 자신들의 재원과 시설을 이용해 알아서 엘리트 육성을 다 해주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학교 밖에서 스스로 개척했어야 할 육성 시스템에 대한 수고를 학교에 위탁하면 학교는 그 자체의 경쟁심 때문에 알아서 선수를 육성한다.

학교체육 개혁 세력에 학교운동부가 어떻게 보이겠는가. 학교에 속해있지만 도무지 통제할 수 없는,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엘리트스포츠 세력의 육성 방식을 마음 놓고 실현하는, 학교체육 개혁 세력에게 학교 내에 짱박힌 엘리트 육성 시스템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개혁 대상이다. 이 두 진영의 체육특기자제도를 둘러싼 파워게임은 60년대 결성되었던 대한학교체육회 때부터 이때까지 50년간 지속된 문제이다. 체육특기자제도를 1972년에 못 이 파워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혁신위가 내놓은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 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를 보자. 소년체전은 학생 스포츠 축제로 전환하고, 엘리트 선수와 일반 학생의 벽을 허물고, 그러면 일반 학생의 스포츠 참여의 저변은 넓어질 것이고 그 드넓은 풀뿌리의 기반 속에서 미처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지 못했던 보석 같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리라는 것. 그 과정에서 스포츠 리터러시의 가치를 실현하고, 설령 운동으로 실패해도 공부를 병행했으니 따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등, 학교 체육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델. 혁신위는 학교체육 개혁진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스포츠 교육의 아름다운 이상을 정상화 방안이자 선수 육성 시스템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건 ‘학교 스포츠 정상화 방안’이 그들이 제시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학교 스포츠만 정상화하면 그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엘리트스포츠 육성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학교 안에 짱 박힌 이 엘리트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찍어낼 생각도 없다.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선동적인 수사를 쏟아내면서도 체육특기자제도의 폐지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존의 파워 게임의 구도라면 한쪽 진영에 짱 박힌 시스템을 솎아내는 작업이 우선일 것 같은데 이상하지 않은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같은 근본적인 토대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학교 중심 엘리트스포츠 육성”이란 기존의 체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기존의 학교 내 엘리트육성 방식에 대해 지속해서 제재를 가하면서도 체육특기자를 근간으로 하는 학교 중심 엘리트스포츠 육성을 계속 유지해 간다. 기존의 학교 내 엘리트 육성 시스템은 억압하고, 학교 밖 대안적 육성 체계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기존 학교 중심 육성 시스템을 유지하여 얻을 수 있는 이해는 무엇일까. 나는 이게 학교체육 개혁진보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라 생각한다. 학교 내 스포츠 육성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나아가 한국 스포츠의 엘리트 육성시스템도 계속 학교를 통해 독점해 나아가겠다는 것. 이게 바로 이번 파워 게임에 학교체육 개혁진보의 전술전략이다. 문제는 학교체육을 정상화하면서 이 효과를 통해 기존 엘리트 육성까지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이 깜찍한 발상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다른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대한 상상력을 모두 말살한다는 점이다. 학교 안에 엄연히 존재하던 엘리트 육성시스템에 따라 미래를 설계하던 학생선수들, 당장 형성되어 있는 스포츠 시장에서 일자리를 얻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갑자기 정부가 “이제 학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엘리트를 육성 할 거야”라는 선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나.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버넌스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스템은 바꾼다면서 혁신위가 제시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유일한 기지는 ‘학교’다. 이들은 학교라는 담장을 넘지 않는다. 만일 혁신위가 “앞으로 학교는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학교스포츠를 운영한다”고 선언했다면 교육적 차원의 스포츠, 그 이상이 필요한 다양한 행위자들은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한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는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얘기하면서 모든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가능성을 학교 안에 가둬 버렸다. 왜 그런지는 위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다. “왜 꼭 학교여야 하는가.” 엘리트스포츠를 육성할 사회적 자원이 부족하던 시절엔 학교가 엘리트스포츠 육성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인기 종목들은 이미 육성을 위한 상업적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지역 및 지자체, 시민사회, 공단과 같은 공적 기구부터 각종 비영리 기구까지 학교 말고도 얼마든지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한 대안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협회와 대한체육회에 꼬라박는 돈이 얼만데 왜 육성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나. 운동선수라는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육성에 대한 단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개인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 얼마나 폭력적인가. 학교 담장을 넘지 않는 혁신은 당연히 학교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명확하게 적시했어야 했다. 나는 이번 혁신위 권고의 가장 큰 문제가 학교 중심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이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교 스포츠 정상화 방안을 다뤘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얘기하려면 동시에 엘리트 스포츠의 육성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도 제시되었어야 했다. 한국 사회에서 한 명의 개인이 운동선수로서 스포츠라는 직업군에서 종사하기 위해선 어떤 경로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가? 혁신위는 이 질문에 대해 단 한 가지의 선택지만을 제시했다. 그것이 학교체육 개혁진보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위해 유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밥벌이와 미래가 달린 문제란 점에서 무지하거나 무책임하다. 문제 제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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