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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대한학교체육회를 통해 살펴본 역사적 교훈

작성자 사진: 한승백한승백

  이 연구에서 다룬 1960년대 대한체육회와 학교체육회의 갈등에 대한 분석, 더 엄밀하게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관한 분석은 오늘날 어떤 통찰을 제공하고 또 어떻게 현장 적용할 수 있을까? 본 장에서는 이 주제에 관하여 ‘통찰’과 ‘실천’이란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통찰은 이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인식의 지평을 의미하고, 실천은 과거의 사건을 교훈삼아 오늘날 스포츠 육성 정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차원의 현실적 타진이라 하겠다.

     

1) 대한학교체육회의 역사적 활동이 주는 현대에 대한 통찰


1960년대 학교체육회의 역사적 활동과 역동은 여러 면에서 오늘날 학원스포츠를 둘러싼 엘리트 스포츠 진영과 학교체육 개혁진보 진영의 충돌과 닮아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원스포츠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과거 학교체육회가 활동하던 시절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를 참고하여 오늘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통찰이 요구된다.

첫째,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방 이후, 아니 그 이전인 일제강점기부터 학교는 오늘날 체육특기자라 불리는 전문 운동선수를 육성해 왔으며, 이 시스템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더욱 공고해졌다.

1960년대 대한체육회와 학교체육회 간의 갈등 시기만 해도, 문교부를 포함한 학교체육 당사자들은 빈번한 대외경기 개최를 통해 학교를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학교체육의 본질을 벗어난다고 비판했고, 학교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당시 이러한 비판은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문교부와 같은 정부 기관도 이에 동의했다. 따라서 이 비판은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교육 및 스포츠 정책에 대한 정당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1968년 통합 이후에는 전인적 인격 향상을 목표로 하는 학교체육의 정상화 논의는 억압되었다. 대한체육회가 주도하고 국가와 정부기관의 방관 속에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은 지금까지 지속되어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이 시스템에 연결된 그물망 거버넌스(network governance)를 구축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학생선수가 출전하는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의 경우,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와 시도체육회, 그리고 교육청까지 나서서 경기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다.

시․도 체육회, 지자체, 문체부, 교육부, 교육청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학교체육의 주체성을 쉽게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이 지난 반세기를 지나며 확장된 결과이며, 이는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이외의 다른 육성 시스템의 가능성과 상상력을 억압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둘째,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과 관련된 이해관계에 대한 상황적 통찰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연구는 1960년대 체육단체 간 갈등을 “각기 다른 목표와 이념을 가진 대한체육회와 학교체육회란 두 사회적 행위자의 헤게모니 투쟁이었다”란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즉, 당시만 해도 체육계와 교육계란 사회적 행위자의 갈등 구도는 단순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훨씬 더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6월 4일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자 체육계는 이를 현장을 모르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하였다(이현경, 2019.06.07.). 특히 주중 대회 참가 금지, 대회 출전일 수 제한, 최저학력기준 미달 선수 대회 출전 금지와 같은 학습권 보장을 위한 권고는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엘리트 스포츠 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샀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김한범, 장승현, 2022). 그리고 혁신위 권고안이 정책화되면서,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인정결석 허용일수’의 단계적 폐지안이 발표되자 학생선수 학부모를 비롯한 체육계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이러한 반발의 예로는 ‘스포츠혁신안 백지화 운동선수 학부모연대’의 결성, “저는 운동선수 학부모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스포츠혁신안 백지화를 공약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란 릴레이 피켓 시위, 전국체육인사랑 네트워크, 서울 체육인 5천여 명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혁신위 권고안 재검토를 공약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결국 2022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양당의 후보는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안 마련’ 내지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다(송영훈, 2022.01.25.).

이 예시는 단순히 대한체육회와 학교체육회의 갈등이 아니라, 전문체육 지도자들, 각종 경기단체와 협회, 그리고 자식을 전문 운동선수로 키우고자 갈망하는 학생선수의 부모들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이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는 과거보다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이라는 것이다.

스포츠혁신위의 2차 권고안이 “학교의 모든 활동이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관점은 학교체육의 정상화란 차원에서 얼마든지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관점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오늘날의 현실적 맥락에서는 그 실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체육의 정상화 원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요구와 충돌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에 있어서 이러한 다면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의 줄다리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대한학교체육회의 역사적 활동을 통해 본 실천과제


다음은 대한체육회의 역사적 교훈과 통찰을 통해 오늘날의 실천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60년대 학교체육회의 활동은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여러 도전과 갈등을 마주하며 진행되었고,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 학원스포츠와 학교체육 개혁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스포츠 육성 정책과 학교체육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을 넘어 다양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앞선 논의에서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의 경로의존성이 다른 육성 시스템의 가능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하였다. 해방 이후 한국의 국가주의 스포츠 발전과정에서 학교가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기지로 활용된 주된 이유는, 당시 학교를 제외하면 전문 운동선수를 육성할 적절한 사회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한승백, 탁민혁, 2017).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전문체육 진영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클럽을 육성하며, 넓은 풀뿌리 자원에서 훌륭한 선수를 육성하는 유럽형 클럽 시스템의 도입은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반면 1960년대에도 학교는 학교체육, 시설, 교육부의 재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엘리트 육성을 위한 매우 효율적이고 적합한 장소였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학교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한 장소가 부족한 실정일까? 현재는 학교 이외에도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자원이 존재한다. 공공스포츠클럽과 지역 스포츠클럽, 스포츠클럽과 학교를 결합한 연계형 육성 등, 각각의 협회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국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의무교육을 마친 후 학교를 떠나 더 효율적인 육성 환경에서 전문 직업 선수로 성장하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도 대응해야 한다. 중학교를 마치고 실업팀을 선택한 국가대표 탁구선수 신유빈의 사례는 기존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인권 담론과 별개로 학교체육의 문제를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 이외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탐색해야 한다.

둘째, 학교 운동부 문제 해결과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과 관련하여 교육부는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960년대 대한학교체육회가 짧지만,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정부 부처인 문교부의 책임 있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운동부와 관련된 문제는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대한체육회의 정책 기조에 의해 주로 결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학교 운동부의 구조 혁신을 권고했던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조차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성한 단체였다. 또한, 학습권 보장 등 학교 운동부 정상화를 법으로 제정한 2012년 학교체육 진흥법 역시 법령 시행 및 관리를 교육부의 인성체육예술교육과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정책과가 담당하고 있다. 즉, 학교 운동부에서 교육의 본래적 가치와 상반된 많은 문제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주무 정부 기관인 교육부는 이 문제를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에 의지하거나 마치 위탁한 것처럼 방관하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각 경기단체, 시·도 체육회는 근본적으로 학생선수의 교육보다 경기력 향상에 목적이 맞추어져 있다. 여기에 학교 운동부 지도자와 학생선수의 부모들 역시 학생선수가 교육적으로 성장하기보다 우수선수로 성장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주체들이다. 이것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다. 1960년대에도 학교체육회와 문교부가 학교체육 정상화와 학생선수 보호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엘리트 스포츠 진영은 우수선수 조기 육성의 문제를 들어 정상화 정책에 반대했었고, 지금도 그 기조는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학교 기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둘러싼 현실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의 주체들이 그물망처럼 얽혀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부 활동을 포함한 모든 학교의 체육 활동은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과거 대한학교체육회의 이상은 오늘날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일까? 결국,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 운동부 활동은 교육의 연장선이며, 체육특기자는 체육에 특기가 있어 그 기능의 연마와 학습의 기회를 보장받은 학생이다. 이들 역시 교육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며, 대한체육회나 문체부는 교육부의 정책을 존중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선수에 대한 관리자로서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학교체육이 본래의 교육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학교 기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학교 운동부 운영의 교육적 가치를 회복하고, 학생선수들이 스포츠 활동을 통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한승백(2024). 체육원로 인종택 선생의 구술을 통해 본 1960년대 대한학교체육회의 이상과 도전 그리고 역동.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37(2),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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