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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이 말하는 스포츠의 가치

기획특집

스포츠 웨이브 - 1 - 2024 파리 올림픽이 말하는 스포츠의 가치

2024년 여름,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내건 슬로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파리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향하는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2024 파리, 완전한 ‘성평등’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이 완전한 성평등 올림픽(Perfect Gender Equality)을 전면에 내세웠다. 32개의 정식 종목 가운데 28개 종목에 남녀 같은 인원이 출전하고, 레슬링(남 192명, 여 96명)과 축구(남 288명, 여 216명) 는 남자 선수가, 체조(여 206명, 남 112명)와 수영(여 722명, 남 648명)은 여자 선수가 더 많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부 8체급, 여자부 6체급으로 개최했던 복싱은 이번에 남녀 동일한 7체급으로 조정했다.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자부 경기를 축소하고 여자부 체급을 신설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남녀 선수 각각 5250명이 참가하며 완벽한 수적 균형을 달성했다.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의사결정기구의 차원에서도 이뤄졌다. IOC 집행위원 15명 가운데 6명이, IOC 위원 107명 가운데 37명이 여성으로 구성돼 여성 리더십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한 세기, 여성 스포츠의 역사는 편견과 맞서 싸운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여성 스포츠, 배제와 도전의 역사

“여성의 스포츠 참가는 부적합하다. 격렬한 신체 활동이 여성의 매력을 파괴하고 스포츠의 가치를 격하시키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의 말이다. 지금이라면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란 비판을 받겠지만 그가 살던 시대에는 그리 특별한 주장도 아니었다. 19세기는 의과학의 발달과 함께 남녀의 신체적 차이의 구별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내분비계 호르몬이 발견되는 등 그동안 막연했던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과학이 증명한 사실이 됐다. 자연적 차이는 차별의 근거로 발전하는데 남성에게 근육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웠지만 여성의 근육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근육이 발달한 여성은 매력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가 약하고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수많은 여성이 산업 현장의 노동력으로 동원되고 힘든 가사노동까지 도맡았기에 노동력으로서 여성의 근육은 얼마든지 가치를 지녔다. 차별과 편견의 시대, 스포츠를 통해 신체적 건강과 열정을 뽐내는 건 남성 부르주아에게 적합한 일이었을 뿐 제2의 성인 여성의 몫이 아니었던 셈이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에는 단 한 명의 여자 선수도 참가할 수 없었다. 1900년 파리 올림픽 때는 테니스와 골프 2개에서 여성 종목이 열렸다. 테니스와 골프는 그나마 20세기 초 상류계급의 여성을 대상으로 제한적 참여가 이뤄진 스포츠였는데 그마저도 몸을 꽉 죄는 코르셋에, 발목까지 덮는 긴 치마와 긴 팔 블라우스를 착용해야 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는 여자 수영 및 다이빙이 도입됐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여성이 몸매가 드러나고 속이 비치는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올림픽에 여자 수영 경기가 생기면 다음엔 투표권을 요구할 것이라며 경악했다. 그럼에도 진보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물 밖에서 나오자마자 두꺼운 가운을 입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여자 수영은 올림픽에 포함될 수 있었다. 1920년대에 이르자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여성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패션을 통해 표출하는 여자 선수들이 등장했다.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 수잔 렝글렌(Suzanne Lenglen)은 무릎길이의 주름치마와 민소매, 밴드 스타킹과 머리띠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그녀의 패션에 남성 팬들은 열광했지만 그녀는 그저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편한 복장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했다. 여성 대중은 진보의 표현으로 수잔의 복장을 따라 했고 당시 수잔의 패션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이후에도 짧은 치마, 반바지, 스판덱스, 레깅스까지 더 편하고 멋진 옷들은 대부분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대중에게 전해졌다. 전통적으로 ‘아름다움’과 ‘강함’은 상충하는 가치였지만 여자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강하고 거칠었다. 여자 선수들은 스포츠를 통해 ‘아름다움’과 ‘강함’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섹시한 여자 선수가 미디어와 남성 대중에게 특별히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 남성의 동기와 시선에 대한 여성 신체의 대상화, 주변화란 비판이 있지만 여성들은 더 자유롭고 편히 경기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스포츠에 참가할 뿐이라고 얘기한다. 냉전 이후 국가주의 시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스포츠에서의 대결은 세계 열강이 여성 엘리트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세계의 열강들은 국가의 목적을 위해 여성을 동원했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 진영은 물론이고 자유 진영의 국가들도 여성 엘리트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엘리트 스포츠의 경기력은 놀라운 수준으로 향상됐고 여성의 신체 능력을 한계 짓던 기존의 관념을 크게 흔들리게 만들었다. 비록 당시 여성 스포츠의 발전이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여성 자원을 동원한 비자발적이고 여성의 주체성이나 양성평등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주의 시대 여성 스포츠가 선수들이 능력과 가능성을 세계 무대에서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그리고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여성 선수들의 성과는 여성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거의 모든 종목이 여성에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몇 가지 예외도 있었는데 근육을 뽐내는 보디빌딩, 극한의 지구력이 필요한 마라톤, 격투 스포츠인 레슬링과 복싱 등은 여전히 도전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 스포츠들은 오랫동안 남성만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기에 여성의 참가는 훨씬 더 큰 희생과 도전을 필요로 했다. 1967년 캐서린 스위처(Katherine Switzer)가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며 여성이 3000m 이상 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학적 편견을 깨뜨렸지만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84년이었다. 여성 격투가와 보디빌더들은 또 다른 측면의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그들에게는 종종 ‘남자 같다’란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주먹을 주고받고, 뒤엉켜 싸울 때 남성들에게는 결코 없었던 동성애 혐오와 같은 부당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이 금기의 영역에 도전했던 여성 선수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 격투가와 보디빌더의 활동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여성상이 됐고 여성이란 물리적 신체에 덧씌워진 젠더 관념 또한 조금씩 해체됐다.


수잔 렝글렌은 여자 테니스를 지배했던 선수이자 ‘캐주얼 패션’이라는 개념을 붙인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 결과 여성의 올림픽 참여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당시 여성 이벤트는 전체 올림픽의 20%를 넘지 못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36.28%,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44%, 그리고 마침내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남성 종목과 여성 종목은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이처럼 오늘날 올림픽에서 양성평등의 성취는 어느 한 가지에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여성 해방과 평등을 위해 여러 차원에서 이뤄진 노력과 역사의 우연이 만든 복합적인 결과이다.

21세기 올림픽이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은 스포츠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스포츠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협동, 희생, 페어플레이를 교육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각 나라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제적인 평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스포츠를 통한 가치의 전파였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스포츠의 가치 속에 ‘여성’은 포함되지 못했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되고 100년이 지난 1996년, IOC는 올림픽 헌장을 개정하고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2조 8항에 “모든 수준과 모든 구조에서 여성 스포츠의 진흥을 장려하고 지원할 것”이라 새겨 넣었다. 아마추어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모든 수준의 스포츠와 학교체육, 지역단위 스포츠클럽, 국가 및 국제 스포츠 기구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한다고 했다. 여성의 스포츠 참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조직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혁한다고도 했다. 이후 축구(1996년), 아이스하키(1998년), 럭비(2016년) 등 ‘과격’해서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던 스포츠들이 올림픽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 설치된 파리 올림픽 디데이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레슬링(2004년)·복싱(2012년)과 같이 여성에게 금기였던 격투 스포츠도 정식 종목이 되면서 더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랜 시간, 스포츠는 국가주의와 상업주의라는 망령에 사로잡혔다. 냉전 시기, 공산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한 올림픽은 각 진영이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적 각축장이었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불자 미디어 수익과 다국적 기업의 광고판이 된 올림픽은 돈을 좇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나친 국가주의와 상업주의로 인해 가치를 상실한 올림픽에 공감하지 못했고 올림픽 무용론, 폐지론까지 제기됐다. 이제 올림픽은 그 가치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듯하다. 20세기의 올림픽은 건강, 호신, 평등, 페어플레이, 희생, 협동 등 스포츠가 담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통해 국가, 인종, 성별, 계급, 종교, 이념을 가로질러 전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21세기의 올림픽은 스스로 그 규모를 축소하고 양성평등을 비롯해 지속가능성(환경), 공정성(약물, 페어플레이) 등 새로운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2024 파리 올림픽이 성취한 남녀 참가 비율 50대50이란 숫자적 상징은 어떤 의미일까? 스포츠의 가치는 언제나 시대정신과 마주할 때 그 의미가 있다. 미래의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공정한 경쟁을 넘어서 양성평등과 환경문제 등 폭넓은 사회적 책임과 진보적 가치를 통해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마주하고자 하는 듯하다. 2024 파리 올림픽이 양성평등이라는 이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품고,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올림픽 운동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 올림픽 운동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https://news.seoulsports.or.kr/web/pds/pdsView.do?catid=15&pdsid=1489&scattit&fbclid=IwAR3sA1U1yBUla6kPt1Gl9TLRx1d5YfpfCIry2Gr6IfD1a1I2DzB1T6xlQ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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