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연고 이전과 미디어 프로파간다
KCC 연고이전 관련기사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422&aid=0000186966 |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프로농구 KCC가 전주에서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체육관이 낡아 전주에서 더는 못해 먹겠으니, 좋은 체육관이 있는 수원으로 이사를 가겠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농구에 투자를 안 한다. 73년에 지은 체육관이 웬 말인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반면 수원은 시민 여가를 위해 축구, 야구, 배구에 이어 농구팀까지 유치해 스포츠의 메카를 만들려고 한다. 수원에는 시민 여가선용에 관심이 많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염태영이란 시장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새로운 둥지를 찾아 수원으로 연고 이전을 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충분한 명분이 있다"
수원시의 사정은 다음과 같다.
"수원시는 대책도 없이 대규모 체육관을 지어 놨다. 서수원 칠보체육관을 짓는데 388억 원(국비55억,도비32억,시비301억)의 세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짓고 나니 활용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다른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프로스포츠의 연고를 빼 오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낡아빠진 체육관을 쓰는 전주 KCC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최대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전주는 체육관이 낡았다는 명분을 언론을 통해 설파하면 여론은 자연스럽게 KCC의 연고 이전을 지지할 것이다."
나라면 수원시의 작태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기사를 썼을 것이다.
KCC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15년이나 전주체육관에서 장사를 해 먹었다. 전주 시민들의 열광적인 팬심은 KBL에서도 최강이다. 그동안 값싼 임대료를 내고 시설을 제공 받았고, 시민들과 유대감도 쌓였을 법한데, 입 싹 닦고 연고지를 옮기겠다니 참으로 싹빡머리는 없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연고이전과 같은 어깃장으로 지자체에 새 체육관 건설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15년차 프랜차이즈 구단의 윤리가 아니다.
수원시는 세금을 때려 부어 대규모 체육관을 지으면서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세우지 못 했다. 활용도가 없는 대규모 시설은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이런 무책임한 행정은 결국 지자체 간 프로스포츠에 대한 프랜차이즈 유치 경쟁을 부추긴다. 열악한 한국의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지자체 간 벌어지는 경쟁은 더 많은 세금을 스포츠에 꼬라다 박는 지름길이다. 수원은 건설비에 운영비가 모두 세금에서 나왔지만 이런 체육관을 프로스포츠 구단에 임대를 해 주고도 제대로 된 수익사업 생각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연고를 빼오기 위해 좋은 조건으로 후려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는 73년 된 낡은 체육관이라 언론으로부터 지적질을 당했으니 없는 살림에 재원을 쥐어짜 수원보다 더 좋은 체육관을 지어 KCC에 가져다 받쳐야 할 판이다. 지자체 간 프랜차이즈 유치 경쟁이 소모적인 세금 낭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에 지자체들이 싸질러 놓은 대책 없는 스포츠 시설들의 무지 많다는 것이다. 가령 2400억 원의 순수 시비를 들여 종합경기타운을 지어 놓고, 1년에 30억씩 꼬박꼬박 꼬라박고 있는 화성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 국제수준의 경기장 하나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와 같은 근거 없는 자부심을 자극하고 건설경기 부양의 심리가 결합되면 시골에도 몇 백억 짜리 경기장 하나 짓는 거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스포츠 시설을 지어 놓고 활용 못해 파리 날리고, 해마다 세금으로 뒤치다꺼리하는 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이 돈으로 시민 활용도가 높은 생활체육 시설에 투자를 한다면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직접적인 혜택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시민들은 지자체장들이 벌이는 대규모 전시성 사업을 감시해야 한다.
전주실내체육관은 73년 건설된 낡은 시설이다. 그러나 시설이 낡았다는 것은 지자체의 흉이 아니다. 한 번 지은 시설을 오랫동안 잘 활용했다는 것이니까. 이제 40년을 넘게 잘 사용한 전주실내체육관에 새롭게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돈을 댈 것인가. 프로스포츠 시설을 위해 구단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KCC는 전주실내체육관을 15년 간 사용해 왔고,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아 왔다. 이제 “좋은 체육관이 필요하니 우리 기업은 체육관 리모델링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겠습니다.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십시오” 라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차례다. 이번 기회에 지자체와 프로스포츠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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