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아시아 쿼터 도입 찬성
최종 수정일: 2023년 1월 20일
더 스파이크의 기사다. KOVO 구단들이 아시아 쿼터 도입을 결정했고, 이사회 통과를 남기고 있다. 구단이 쿼터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KOVO가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수입하여 몰빵 배구를 하다 보니, 몸값이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고, 국내 시장에서는 능력이 있는 선수의 수급이 부족해 기존 수준급 선수들을 보유한 팀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선수 육성 시장이 작다 보니 좋은 선수가 프로로 영입될 가능성이 그 만큼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KOVO는 전력 불균형이 한번 고착되면 다시 Competitive Balance를 맞추기 쉽지 않다. 즉, 좋은 외국인 선수 한 명 보유하고, 국가대표급 3명 정도 보유하면 그 팀의 장기 독점을 쉽게 깨기 힘든 구조라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구단들이 아시아 쿼터 도입안을 가지고 나왔다. 구단이 먼저 치고 나왔다는 얘기는 시장의 요구가 있다는 말이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으니 이미 한국 학원 스포츠에 몸담은 40인의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페퍼에 1차 지명된 어르헝 같은 선수가 초, 중, 고 대 팀에 40명 정도 된다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 KOVO는 한국에서 배구를 하는 한국 태생 배구 꿈나무들에게 정말 좋은 시장을 제공해 왔다. 다른 나라에 가면 절대 프로선수로 밥벌이를 할 수 없는 선수들이, 남녀 각각 7개 팀이나 있는 넓은 시장에서, 말 그대로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인기몰이를 하는 바람에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고 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수준이 조금 낮아도 그 내부의 경쟁이 치열하면 사실 경기는 얼마든지 볼만하다. 나는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KOVO컵을 더 재밌고 더 좋아하는데, 그래야 나의 이소영 선수가 조금이라도 더 낮은 블로킹 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KOVO의 대외적 명분은 ‘추락한 국제 경쟁력 제고’이고, 대내적 명분은 각 팀의 경쟁력 강화로 특정 팀의 우승 독점을 막고 경쟁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나는 이 같은 결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앞으로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가 지속할 수 있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단일민족 국가 신화에 균열이 생기길 기대한다. 이 신화가 깨져야 인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국내에서 터를 닦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시골에 농사짓고 공장에서 일하는 건 죄다 외국인들인데 이들 없이 한국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가. 이들 또한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란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 흔히 외국인을 너무 쉽게 귀화시키면 한국의 선진화된 복지시스템에 무임 승차해, 죽 쒀서 개 주는 거 아닌가란 우려를 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아이를 3~4명 낳던 시절의 우려이다. 오히려 지금은 이 외국인을 교육하고, 국민국가의 일원으로서 편입하여, 개인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그 세금이 당신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심각한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30년 후면 대한민국의 인구가 2,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 이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변할 수 없는 정해진 미래다. 우리가 계속 프로스포츠를 통해 즐거움을 향유하기를 원한다면 이민자에 대한 훨씬 유연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스포츠를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지속되고 이 분야를 통해 밥벌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태국의 스타가 한국리그에 뛴다고 생각해 봐라. 블랙핑크에 리사가 트와이스에 사나, 미나, 모모가 활동하는 것처럼 태국이나 일본의 스타가 KOVO라는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것이다. 아시아 쿼터는 잘 활용하면 스포츠 한류를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래는 원문 기사이다.
아시아 쿼터가 배구계의 새로운 이슈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 순천 KOVO컵이 열리는 동안에 남자 7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2023년부터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V리그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를 통과하지는 않았다. 도입을 위한 마지막 허들은 남았다. 1년 전 몇몇 여자 구단 단장들은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고 시행 시기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일임하자’고 합의했다. 당시의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V리그에 큰 영향을 줄 새 제도의 도입은 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토종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여론, 2군 리그 도입과 연계해서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겠다는 KOVO의 방침에 따라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12연패 이후 여론이 조금씩 달라졌다. V리그의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확인되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새 제도의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팬들의 반발이 누그러지자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아시아 쿼터는 다시 등장했다.
●구단은 왜 아시아 쿼터를 원하는가.
가장 먼저 비용 절감이다. 지금 몇몇 토종 에이스들의 몸값을 구단이 버거워한다. 표면적으로는 샐러리 캡이 있지만, 비공식으로 오가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전 세계 배구 리그의 포지션별 최고 연봉 선수는 모두 V리그 남자부에 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다른 팀에서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몇몇 특급 에이스들은 가만히 있어도 몸값이 치솟는다. 이 틀을 깨려면 좋은 선수의 공급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의 선수 구조로는 답이 없다. 좋은 대안인 외국인 선수 확대는 여론의 반대가 심하다. 결국 차선책은 아시아 쿼터 뿐이다. 구단은 가성비 좋은 아시아 쿼터 선수들이 토종 선수의 몸값 거품을 깨주기를 기대한다.
좋은 토종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팀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으로 아시아 쿼터를 기대하는 팀도 있다. 특정 팀만 우승 경쟁하는 남자부의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그야말로 순수한 생각이다. 물론 아시아 쿼터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겠지만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고 한다.
여자 구단도 비슷한 입장이다. 남자와는 다른 계산법도 있다. 현재 여자부는 몇몇 특정 선수들이 팀을 좌지우지한다.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보니 선수들은 갑으로 군림하며 구단을 쥐고 흔든다. 힘든 훈련은 피하고 후배들의 성장은 견제하면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든 결과가 국제 경쟁력 추락이다. 구단과 감독은 이를 견제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 쿼터를 원한다. 새로운 제도로 최대한 빨리 물갈이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미 아시아 쿼터를 실행 중인 아마추어 배구.
이런 가운데 그동안 학교에 하나둘 늘어가던 아시아권 외국인 선수가 40명을 넘어섰다. 많지 않은 전체 선수 숫자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와 대한배구협회는 이들의 등장을 막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우리는 아시아 쿼터를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던 이유다. 이들로 인해 어린 토종 선수가 뛸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어쩐 일인지 아마추어 배구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있던 아시아권 선수들의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시도는 이제 현실이 됐다.
여자부는 2014년에 중국 국적의 이영이 한국인 감독의 양녀로 입양되는 방법을 거쳐 V리그 선수가 됐다. 첫 사례다. 목포여상의 어르헝(몽골 출신)도 이 방법으로 2022년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차지했다. 남자부는 2019년에는 대한항공의 알렉스(홍콩 출신)가 특별 귀화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했다. 여기저기에서 이미 물꼬는 열렸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대한체육회가 산하 경기 단체의 무분별한 특별 귀화 신청을 거부했다.
●왜 KOVO는 아시아 쿼터를 도입을 원하는가.
설상가상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국내에서 5년간 체류하면 일반 귀화 신청이 가능했던 법이 변경됐다. 외국인이 우리의 발달한 사회 보장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사례를 걸러내려는 조치다. 이제는 5년의 국내 체류에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바람에 난처한 선수가 당장 나왔다. 인하대 졸업반 바야르사이한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성균관대의 에디도 상황을 보고 있다. 모두 몽골 출신이다. 이들을 품어주지 못하면 대학 배구는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가뜩이나 원하는 선수가 부족해 불만이던 구단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자원들이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 사실을 잘 알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우리 배구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귀화 추진이 가장 빠른 답이다. 모두가 안다. 우리보다 앞서 다른 국가들은 이 문제에 적극적이다. 우리도 언젠가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꿈나무 중에서 누군가에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혀야 한다. 지금은 그 길을 찾아가는 첫 단계다. 나중에 일이 닥친 뒤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사전에 이들을 위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고심하던 KOVO가 해법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아시아 쿼터의 도입이었다. 새 제도로 현재 학교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V리그의 울타리에 포함하고 아시아권 국가의 선수들까지 포함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의 아시아 쿼터를 들고나온 배경이다. 이미 국내에 터를 닦은 수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와 여자배구의 인기가 유난히 높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의 선수를 데려올 경우, V리그의 인지도가 국제적으로 높아지는 점도 고려했다.
●아시아 쿼터 도입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
흔히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 쿼터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내년에 도입이라는 기본 구상만 나왔을 뿐이다. 세부적인 실행 계획에 들어가면 구단마다 남자 구단과 여자 구단끼리도 원하는 것이 각자 다르기에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KOVO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만든 뒤 구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아시아 쿼터에 포함될 국가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뽑은 방법을 놓고도 깊은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 ▲외국인 선수처럼 트라이아웃을 할 것인지 ▲자유계약을 할 것인지 ▲지금 학교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와 V리그에 도전할 아시아권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V리그가 원하는 대상자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이들의 계약 조건도 각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아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나왔을 때 현 소속팀은 그 선수의 권리를 계속 원할 것이고 다른 팀은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명확한 규정을 잘 정해둬야 한다.
참고로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몸값은 국적 취득에 필요한 세금을 기준으로 했다. 1억 원 언저리에서 결정된 이유다. 돈을 더 벌고 싶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뜻도 담았다. 우리보다 먼저 아시아 쿼터를 도입한 일본은 6000만 원에서 시작했고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면 일본과 경쟁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자칫 가성비를 보고 도입한 아시아 쿼터가 돈만 잡아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고려할 사안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KOVO는 아시아 쿼터 도입을 더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제 V리그는 변화의 태풍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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