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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홈구장 거래의 문제점

최종 수정일: 7일 전


지난 5월 강원FC의 홈구장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축구장에 ‘김병지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강원FC가 ACL홈경기 개최와 4억 이상의 지원금을 요구했는데, 춘천시가 구장 보수공사와 여건 미비로 불가 통보를 하자, 김병지 대표가 “향후 K리그 홈경기를 강릉에서만 치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화가난 춘천팬들은 경기장 주변에 ‘김병지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 걸었다.


축구에서 팬들이 현수막이나 플래카드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건 특별한 돌출행동이 아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단과 운명을 함께하는 팬들은 경기장에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Camp Nou)에서 “Catalonia is not Spain”이라는 급진적 정치 구호를 내거는 게 가능한 것도, 축구장이 팬들의 집단적 정체성이 교차하는 사회문화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축구 팬을 ‘서포터스(Supporters)’라 부르는 이유도 축구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이렇게 팬들의 적극적 행동으로 유지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병지 사퇴’ 현수막에 대한 강원FC의 대응이다. 강원FC는 현수막 철거를 춘천시에 요구했는데, 경기 30분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자 육동한 춘천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들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시켰다.


나는 이런 권한이 강원FC에 있는지 모르겠다. 팬들이 내건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요구도 어불성설이고, 자연인 그 누구도 표 구입하면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데, 춘천시장과 시관계자는 안 된다? 더군다나 송암구장은 춘천시가 관리·소유권을 갖고 있는 공공체육시설이다. 그런데 무상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는 강원FC가 감정적 이유로 출입을 통제한 것은, 있지도 않은 권한의 남용이요, 공적 조직에선 볼 수없는 사적 감정에 기반한 치졸한 대응이다.


강원 FC 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는 데 춘천시의 역할은 명백했다. 2017년부터 홈구장 제공과 함께 매년 7억 원 이상의 직접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2018~2025년까지 누적 지원액이 44억 원에 달하고, 잔디 교체, 응원석 정비 등의 비용까지 합하면 총 111억 원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일반적인 시장 논리에 기반한 구단이라면 시설 사용료를 지자체에 지불하겠지만, 강원FC는 도민구단이란 이유로 이 모든 혜택을 무상으로 누려왔다.


특히 춘천 팬들의 열정적인 지지는 구단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홈, 어웨이를 가리지 않고 함께한 열성적 지원 덕에 강원FC는 K리그의 중심 구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최근 강원FC는 하반기 홈경기 개최권을 “춘천과 강릉 두 지자체 가운데 더 많은 지원금을 제시하는 시에 주겠다”고 밝혔다. 나는 이것도 이해할 수 없다. 민간 기업구단이라면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원FC는 강원특별자치도가 100% 출자하고 강원도 전체를 연고로 하는 도민구단이다. 구단의 운영 재원 역시 강원도와 개최지인 춘천 및 강릉을 포함한 모든 강원도민의 세금에서 마련된다. 실제로 현재 강원FC 운영예산의 70% 이상은 강원도 및 지자체 보조금에서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 도민구단의 비즈니스 전략이 지자체로 부터 보조금 뜯어내기라니 말이 되는 소린가. 단기적 재정 논리를 앞세워 도시 간 지원금 경쟁을 부추기는 행태는 도민구단이 추구해야 할 공공성과 정체성에 배치된다. 또한 각 지자체의 불필요한 공적 재정 투입을 초래하고,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만 남긴다.


구단이 특정 도시를 선택하고 어떤 도시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메시지를 무기 삼아 지자체를 겁박하고 있는데 구단주인 도지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도민구단의 근본 취지인 지역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퇴행일 뿐 아니라, 지역정치의 민감성을 교묘하게 활용한 정치적 전술전략이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강원FC가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도시 간 경쟁을 조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도민구단이라면 책임 있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윤리를 갖추든가, 아니면 민간구단처럼 자생 가능한 재정적 경쟁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김진태 구단주와 김병지 대표는 이번 사태를 춘천과 강릉 간 갈등 구도로 몰아간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잘못된 대응과 결정에 대해 도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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