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의 착각
- 한승백

-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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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8월 29일
1957년, 뉴욕을 연고로 했던 프로야구팀 자이언츠는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뉴욕 브루클린 지역을 홈으로 삼았던 다저스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했다. 두 팀의 연고 이전을 결정지은 핵심 요인은 ‘공적 지원금’이었다. 전후 경제 호황 속에 미국 도시들 사이에서는 “국제적인 도시라면 프로스포츠팀 하나쯤은 보유해야 한다”는 경쟁심이 확산되었다. 도시들은 새 구장 건설, 세금 감면, 장기 임대 보장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구단을 유혹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들은 도시 간 유치 경쟁을 지렛대 삼아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 지원금을 끌어냈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과열된 유치 경쟁과 무리한 재정 지원이 도시 재정을 압박했고, 사적 비즈니스인 프로 스포츠에 과도한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따라 도시와 구단이 각자의 역할과 부담을 나누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90년대 들어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PPP)’ 모델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2009년에 개장한 뉴욕 양키 스타디움은 PPP 모델의 대표적 사례다. 양키스 구단은 약 15억 달러(1조 6,500억 원)를 들여 구장을 건설한 뒤, 그 소유권을 뉴욕시에 기부채납했다. 뉴욕시는 이에 화답해 연간 10달러라는 상징적 사용료로 40년간 장기 임대를 허용하고, 구장 주변에 공원, 대규모 주차장, 역사 신설, 도로 정비 등 인프라를 조성했다. 이처럼 구단과 개최 도시는 서로의 기여를 존중하며, 경쟁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PPP 모델이 시사하듯, 이제는 민간(기업) 구단도 개최 도시와 공존과 상생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런데 최근 강원FC 사태는 공공(도민) 구단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다. 지난 4월, 김병지 대표는 강릉과 춘천의 홈경기 관중 수와 시즌권 판매량을 비교하며 관중 수입이 적은 춘천 홈경기를 배제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두 도시를 경쟁 구도로 설정하고, 관중 동원력이 낮은 도시가 구단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관중 유입 부진은 구단의 마케팅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개최 도시의 책임으로 돌릴 사안이 아니다.
지난 13일, 강원FC는 그동안 춘천과 강릉이 공동으로 개최해오던 홈경기를 2026년에는 강릉에서만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당 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 도시에 개최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공모를 진행했고, 이에 부당함을 지적한 춘천시가 참여를 포기하자 강릉 단독 개최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도시의 시민들은 분열되었고, 정치권도 입장을 달리하며 반목했다. 강원FC가 공공성을 지향하는 책임 있는 구단이라면, 두 도시의 대표들과 마주 앉아 다음과 같은 ‘공존을 위한 협상’을 시도했어야 했다.
“춘천과 강릉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강원FC는 지금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다. 경기장을 찾아준 도민들의 성원이 우리를 지탱해왔다. 기업 구단과의 경쟁 속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부담을 특정 도시에 전가할 수는 없다. 각 개최 도시가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금을 모아주길 바란다. 강원FC는 도민의 연대 속에 더 큰 도약을 준비하겠다.”
강원FC는 도시 간 경쟁을 볼모로 삼아 지원금 경쟁을 부추겨도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민구단의 존재 이유는 도시 간의 분열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힘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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