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사태의 본질: ‘공모’ 아닌 ‘경쟁 입찰’
- 한승백

- 8월 20일
- 2분 분량
아래 기사를 보면 강원FC의 이번 개최지 공모는 형식만 ‘공모’였을 뿐, 실질은 단독 개최를 전제로 한 가격 단일 기준 '입찰'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개최를 원하는 도시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처럼 보이지만, 실제 설계는 개최 지원금이 더 많은 도시에 하반기 개최의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두 연고 도시를 경쟁시키고 공동 개최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동일 연고권 내부에서 분산 개최가 관행이던 이전과 달리, 이제 공공재정(혈세)은 독점적 개최권을 사들이는 수단이 되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공모가 본래의 목적(상·하반기 호출 순서 결정)을 벗어나, ‘단독 개최권’을 판매하는 설계로 전환된 점이다.
이 기사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필수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7개 조항을 패키지로 삽입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네이밍 스폰서권(naming rights) 제공, 경기장 준비부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한 조항, 명시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구단에 부여한 조항이 포함됐다. 도시 간 경쟁을 붙여 공공 체육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하고, 그 위에 체육시설 내 상업적 권리와 의사결정 권한을 모두 구단이 독점한다는 조건을 미리 걸어 놓은 뒤, 두 도시가 프로축구 경기를 열고 싶으면 알아서 응찰하라는 식이다.
내가 예전에 「한국 프로야구의 야구장 짓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쓴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민간) 구단조차 이런 조건에서는 개최 도시와 최소한의 상생을 전제로 협상한다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민간 구단조차 공공 체육시설의 무상 제공을 당연시하거나, 상업적 권리와 결정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개최 도시 팬들의 성원 덕분에 구단이 성장할 수 있었고, 구장을 제공해 준 것에도 감사하다. 다만 우리가 구단 운영을 위해 일정한 지원금이 필요하고, 추가적으로 이런 권리를 할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식으로, 최소한의 배려와 책임을 전제로 협상을 이어간다.
프로스포츠에서 개최 도시와 구단의 관계는 상호 기여, 위험 분담, 책무성을 토대로 해야 하며, 일방적 요구와 권한 독점은 그 원칙을 훼손한다. 민간 기업 구단도 그런데, 하물며 공공 도민구단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금 강원FC가 벌이고 있는 경쟁 입찰,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강릉 단독 개최 보장은, 원래 협의와 공공성에 기초해야 할 개최 도시–구단 관계를 가격 경쟁을 통한 일방적 권리 매각 구조로 변질시킨 것이다. 희소한 권리(개최권)를 볼모 삼아 도시 간 입찰 경쟁을 얹으면, 결과는 한쪽의 이익 사유화와 다른 쪽의 위험·비용 사회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 이번 사태로 강원FC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도민 공동체, 즉 영동과 영서의 공동체 연대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공동 개최는 그동안 두 지역이 연고 구단을 함께 품고 가꾸어 온 협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원FC의 개최권 ‘판매’ 방식은 이러한 가치를 흔들며, 지역 연대와 결속을 경쟁과 분열의 프레임으로 바꾸어 버렸다.
특히, 이번 사안을 둘러싼 정치적 개입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춘천시 곳곳에는 각기 다른 주장을 담은 정당들의 플래카드가 걸리고, 당리당략에 따라 논점을 흐리는 주장들이 쏟아진다.
어제 지역 방송 TV 토론을 보니, 한 시의원이 나와 “그렇다면 강릉은 가만히 있는데 왜 춘천만 이번 공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더라. 이 말은, 결국 아무 문제 없는 공모 방식에 춘천이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어떤 공공 도민구단도 동일 연고권 내부에서 지원금 경쟁을 공식화해 도시 간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도민은 동일한 권리로 구단의 운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구단 또한 동일한 책임과 배려로 연고지들을 대해야 한다.
나는 도민구단 강원FC가 어떻게 경기 개최권을 '팔 수 있는 권리'로 인식하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된 분열과 갈등은 또 어떻게 해야하나.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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