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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선수가 뛸 수 없는 대학리그전 : 여자대학농구 U리그, 경력선수 출전 금지 규정 철폐해야



지난해 종별선수권대회 우승과 전국체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P대학은 올해 여자대학농구 U리그에 참여하지 않았다. 팀의 주축인 프로와 실업 출신 선수들의 대회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농구연맹 U리그 대회 규정 <제20조 부칙 3>은 “여자 대학팀의 프로 및 실업 출신 선수 보유는 자유지만 대학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대회는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대학농구연맹 주관 대회 경력선수 출전 못 해!

경력선수들 대부분은 고교 졸업 후 프로와 실업에서 뛰었고, 은퇴 후 대학에 진학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연맹은 프로와 실업에서 뛴 경험 있는 선수들이 대거 대학리그에 유입될 경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특정 팀의 전력이 강해져 전력 평준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경력선수 출전을 금지하고, 대학리그가 고교 출신 선수들을 육성하여 프로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리그 활성화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규정이 만들어진 2015년 이후 고교 졸업자가 바로 실업팀으로 진출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전까지 프로 진출에 실패하면 실업팀을 찾던 고교 졸업자들에게 ‘대학’은 진로 선택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경력선수의 출전 제한!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나!

문제는 더 많은 고교선수의 대학리그로의 유인, 전력의 평준화, 그 결과 대학리그 선수들의 프로 진출 확대 등, 출전 제한 규정이 가져온 효과들은 ‘대학’보다는 ‘한국대학농구연맹’의 이해를 대변하는 논리라는 점이다. 연맹은 그들이 주관하는 대회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프로선수를 더 많이 배출하는 역할을 감당할 때 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원칙적으로 프로리그의 선수공급소가 아니며, NCAA처럼 리그 흥행이 궁극적 목적도 아닐뿐더러, 프로스포츠처럼 인위적으로 전력 평준화를 조율할 이유도 없다. 물론 이 모든 요소가 대학리그에서 실현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학스포츠의 제1원칙은 그 모든 활동이 교육의 일환이어야 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을 고려한다면 입학요강에 따라 정당하게 대학에 입학한 학생 누구라도 경기 출전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농구연맹이 대학스포츠의 존재 이유와 취지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경력선수를 리그에서 배제하는 조치는 결코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스포츠 본연의 가치 보호해야!

경력선수 출전 제한이 대학리그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고교출신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니 대의를 위해 소수의 경력선수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고교출신 선수는 적고 프로와 실업 리그의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학리그에 경력선수들까지 출전하도록 해서 어떻게 대학리그가 발전할 수 있냐는 현실적 회의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력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이는 학교 밖의 이해 때문에 학원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꼴이 된다. 정유라 사태 이후 학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는 오랜 시간 형성된 지도자, 연맹, 체육회 등의 복잡하게 엉킨 이해의 실타래를 끊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원스포츠의 정상화란 다름 아닌 외부의 이해를 배제하고 학원스포츠 본래 가치를 지키는데 있다.


프로 및 실업 은퇴선수에게 재사회화의 기회 마련되어야!

경력선수 출전 제한 조치가 안타까운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규정이 은퇴선수들에게 소중한 재사회화의 기회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조문주, 성정아, 서경화 등 교육자로서 지도자로서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왕년의 스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학에서 새로운 삶의 계기를 찾았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프로나 실업으로 진출했던 선수들에게 교육뿐 아니라, 선수로서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건 더 많은 청소년들이 농구선수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선수로서 절정의 시기에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은퇴 후 대학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재사회화의 모범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역할 필요!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학원스포츠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 정상화 방안은 학생선수들이 평균 학점 C0 이상을 취득해야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의무규정을 포함한다. 그런데 의무를 부과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권리 보호이다. 대학에 적을 둔 학생선수라면 누구든 차별 없이 리그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권리 말이다. 열악한 상황 또는 특수성을 핑계로 학교 밖의 이해를 끊어내지 못 한다면 학원스포츠의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학농구 U리그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대학농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이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한국대학농구연맹에 정식으로 규정의 철폐를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


스포티안칼럼 (www.sportian.co.kr)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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