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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보이콧해야 하나?


며칠전 한 교수분이 페이스북에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글을 올렸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1. 병역 특례나 메달 연금을 폐지해야 한다. 이런 걸로 스포츠를 통치하는건 후진국이 행태이지 지금 시대에는 맞지않는다. 2. 일본이 지도에 독도를 그려 넣었고,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걸었던 아래 현수막도 내려야 했고, 대통령 딸딸이 소리까지 들었는데도 도쿄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해야 하는 게 맞지않다.

3. 우리가 올림픽에 이 꼴을 당하면서도 파견을 하는 이유는 병역 특례와 메달 연금이 대한민국 체육과 국가 품위에 족쇄 노릇을 하기 때문. 즉, 이런 제도적 혜택이 걸려있는 선수들 때문에 보이콧이나 철수를 입에 담지 못한다. 4. 특례와 연금이라는 좀비가 두려워서 독도를 떼이고 충무공의 정신마저 떼이면서도 감히 보이콧이나 철수를 입에 담지 못하다니 개탄할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병역특례와 선수연금이 없다면 이번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할 수 있나?

나는 올림픽 포상이 있든 없든,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지도에 편입시키든 말든, 이순신의 정신이 담긴 플래카드가 내려지든 올라가든 그것과 무관하게 도쿄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올림픽 경기로 밥 벌어먹는 선수들이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은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로 참가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개인에 부여된 기회에 국가 자존심과 감정이 가로막아 서서는 안된다. 때문에 국가는 그 구성원인 선수를 위해 이 짜증나는 정치적 관계 속에서도 기꺼이 출전을 감행해야 한다. 나는 일본의 정치 책략에 저항하기 위해, 한국이 국격을 세우기 위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고가 스포츠를 국가에 종속 시키는, 국가의 위신을 위해 선수를 도구로 활용하는 국가주의 스포츠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A란 마을과 B란 마을이 있다 치자. 거기서 돌아가며 4년마다 시장이 열리고, 이번 시장이 B 마을에서 열리는데, B 마을 사람 하나가 "저 A 마을 이장은 딸딸이나 치고 있어요"란 말을 했으니, A마을 사람들은 B마을 시장에 물건 갖다 팔지마라고 선동하는 꼴 아닌가. 그리고 그와 같은 주장을 마을에서 국가로 확대하면 국수주의가 되는 거 아닌가. 일본 영토에 독도가 표기되었다면 외교적으로 항의하고 풀 일이지, 그것 때문에 선수 개인이 희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개인의 성취를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는 선수들의 숙소 앞에 5천만 국민이 어쩌니 얘기를 붙이는 것도 비정치적 행사에 어울리지 않고 선수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병역 특례나, 선수연금 문제가 올림픽 출전 감행과 무슨 인과관계가 있나. 문장대로라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포상과 병역 특례 때문에 출전하는 것이고, 그들 때문에 우리가 보이콧을 못한다는 건데, 이건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 선수 개인의 경쟁인 올림픽에, 가슴에 태극기 하나 붙였다고 해서, 국격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대중도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나는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가령 류현진이, 손흥민이, LPGA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한국인이란 이유로 응원하지 않는다. 류현진과 손흥민이 운동 잘해서 돈 번다고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거 아니니 내 가슴이 부풀어 올라 뿌듯할 이유가 없다. 가끔 틀면 나올 때 보긴 하는데, 그들의 퍼포먼스가 시청의 목적이지 국위선양 현장을 목격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설령 그들이 국위선양을 한다해도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그래서 BTS 음악에도 관심이 없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배구 같은 경우는 지든 이기든 초집중하고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 몇몇 선수의 팬이니까. 하지만 내가 찐팬인 선수의 활약도가 높으면 감동이 100이지만 그 선수가 경기를 말아먹으면 경기의 관심도가 뚝 떨어지고 차라리 져도 상관이 없다. 테니스를 보지만 권순우의 경기에 관심이 없다. 지든 이기든 낫 마이 비즈니스다. 나는 이번 올림픽을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올림픽 아니면 볼 수 없는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보기위해 경기를 볼 것이다.그리고 출전한 선수들의 성취에 눈물나게 기뻐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경기에 대한 몰입이 그 자체로 미학적 감동이고 그 감동이 그간의 노력을 연상시킨다면 그 경기는 아름답기에 눈물이 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일본의 후진적 정치 전술에 휘말려 선수 개인이란 존재를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보이콧을 얘기하지만 " 국가의 위신을 위해 선수 개인을 언제든지 희생해도 되는가"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적 감정이 시야를 가리면 그 안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앞서 올림픽 포상이 있든 없든,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지도에 그리든 말든, 이순신의 정신이 담긴 플래카드가 내려지든 올라가든 그것과 아무런 상관없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으로 밥벌어 먹는 그래서 그 무대가 너무도 중요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노동하는 운동 선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그렇면서 그들이 기량을 선보일 시장에 멋대로 외부적(정치는 스포츠에서 외부적 문제일 뿐이다) 이유를 들어 가라마라 얘기한다면 주제 넘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밥그릇은 소중하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침묵을 지켜야 한다. 나는 그게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향한 개개인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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