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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없는 프로선수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29일


사진출처: 매일경제(https://m.mk.co.kr/news/politics/view/2021/08/827258/)
 

우리나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대부분 소속사에 속해 있습니다. 소속사가 있는 이유는 선수가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속사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톱 연예인 급 운동선수인 김연아와 손연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상화, 심석희, 심지어 얼마 전 사고를 친 사재혁도 소속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프로스포츠리그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소속사는 있지만 시장이 없다는 겁니다. 야구, 농구, 축구, 배구와 같은 프로선수들은 시장이 있습니다. 경기력을 보여주고, 그것을 중계하고, 이를 관람하는 소비자가 있으니, 입장권 수익도 생기고, 광고도 붙습니다. 그러니까


프로스포츠 선수는 시장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그 가치를 평가 받고, 돈을 버는 겁니다.

그러나 올림픽 선수들, 주로 각 지방정부의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의 선수들은 이들은 어디에서 평가를 받고 시장 가치를 높일까요. 역도 선수인 사재혁에게는 어떤 시장이 있나요. 사재혁이 역기를 들면 우리가 매일 관람을 하고 즐거워하며, 감동을 받고 거기에 주머니를 여나요. 우리가 모르는 동호회 사람들이 모여 막 열광하고 회비 걷어 월급을 주나요. 저는 올림픽 때 말고는 사재혁이 역기를 드는 걸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매해 전국체전이 개최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전국체전을 찾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선수는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없으면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하늘에서 돈이 뚝~~~ 하고 떨어질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올림픽 선수들,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심지어 소속사에 까지 가입이 되어있을까요.


한국의 엘리트스포츠는 국가가 시장의 역할을 대신해 줍니다. 국가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이나 연금을 준다는 말이 아닙니다. 각 지자체들이 팀을 창단하고 세금을 걷어 소속 선수들에게 연봉을 줍니다. 우리나라 전체 체육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체육예산은 거의 다 이 선수들에 대한 인건비입니다. 17개 시도 + 228개 시군구의 예산이 대략 1조 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선수들 인건비가 얼마나 될까요. 이걸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시장없는 프로선수들의 거의 유일한 역할은 전국체전에서 각 지자체를 대표해 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100년 넘는 전통을 들어 홍보하지만 국민들이 관심은 거의 없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열심히 한 해 몇 백 억 원을 투자해 경쟁을 합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팀들이 마치 올림픽에 출전한 개별 국가처럼 또는 프로리그의 각 구단처럼 지방비를 통해 운영되면서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아무도 모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장 아닌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일반 국민은 전혀 모르는 지자체 그들만의 자존심 경쟁과 비인기 종목 설움에 대한 동정 담론이 시장의 실체입니다.


지역연고를 기본으로 하지만 이 시장에서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의 지자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여기서 소속사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사재혁 선수의 예를 들어 보죠. 사재혁 선수는 홍천 출신이죠. 홍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역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금메달을 땄던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만 해도 강원도청 소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2013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적을 합니다. 이적료는 3억 원 정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장미란이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이적했을 때의 액수가 기준이 되었겠죠. 여기에 연봉 따로 메달 수당 따로 지급되었을 겁니다. 제주도가 사재혁 선수를 영입한 이유는 이듬해 제주도가 전국체전을 개최하면서 홍보도 하고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사재혁은 제주도가 기대했던 대로 영입된 해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했고, 제주도 체전에서도 3관왕을 해 소속팀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이번 강원도 체전에서는 사재혁 선수는 어디서 뛰었을까요. 아산시청으로 뛰었습니다. 부상 때문에 메달을 따지는 못했습니다. 아산시청은 내년 전국체전 개최지입니다. 내년까지 생각해 얼마를 이적료로 지불했는지 모르겠지만 전략적으로 사재혁 선수를 영입했을 겁니다. 소속사는 선수가 이적할 지자체를 물색하고 협상을 대신 해 주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매 해 이적료를 받고 이사를 다니지 무엇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2년씩이나 뛰었을까요. 대한체육회 전국체전 참가 규정에 한 지자체에서 적어도 2년을 뛰도록 명시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마저도 소송으로 가면 명분이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대한민국에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란 기본권이 있기 때문에 선수는 계약만 잘 하면 언제든지 시도를 옮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체전용 선수들은 1년 계약을 선호합니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언제든지 이적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 선수들을 ‘시장없는 프로선수’라 이름 붙였습니다. 시장이 있는 프로선수와의 차이점은 돈이 시장에서 또는 기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국민세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돈은 얼마나 될까요. 조사 중이지만 연간 몇 백억의 규모입니다. 국가 전체 예산이 몇 백억 원이 아니라 각 지자체마다 소요되는 운영비가 그 정도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효율적인 예산의 집행인가. 이렇게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좋은 선수를 육성가는 가장 좋은 방법인가. 우리는 왜 이런 시장 없는 프로선수들을 키우게 되었는가. 이런 것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란 얘기를 많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인기 종목에 국가가 지원을 안 한다고 쓴 소리를 합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돈도 안되고 관심도 없는 종목에서 열심히 죽어라 최고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돈을 벌고, 리그가 운영되는 판은 좀 다르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국은 국가가 거의 모든 엘리트 선수들의 인건비를 책임집니다. 시청, 도청, 공단, 시도체육회가 팀을 창단하고 세금으로 인건비를 대면서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최고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스템 속에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전국체전 메달권에만 있으면 각 시도 간 자유 이적도 할 수 있고 명성이 쌓이면 프로선수와 같이 돈도 벌 수 있습니다. 프로선수들은 시즌 중 수 많은 경기를 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 선수들은 1년에 한 번 전국체전 메달만 따면 됩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란 말은 이제 각 지방의 예산을 국가주의 엘리트스포츠을 위해 동원하는 이데올로기적 통치를 위한 전략적 용어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A급 선수들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도 출전을 하겠죠. 수입은 천차만별이겠고 노동조건도 각기 다르겠지만 올림픽 메달에 전국체전 메달권의 선수들은 이것저것 따지면 억대연봉자들입니다. 전 세계 역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번 선수는 아마도 장미란일 것입니다. 시장은 없지만 시장없는 프로선수의 지위를 어느 나라보다도 잘 보장받았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프로야구 FA대박친 선수만큼 돈을 벌 수 있었고, 좋은 일로 사회 환원을 위해 장미란재단도 설립하였습니다. 이상화선수는 세계적인 선수이지만 얼마 전 까지 소속팀이 없는 무적선수였습니다. 세계적 선수를 이렇게 대우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대중 여론이 난리가 났었습니다. 차라리 안현수처럼 러시아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스케이팅이 무슨 시장이 있겠습니까. 기껏 이상화 선수에 돈을 대줄 수 있는 것은 지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 직장경기운동부입니다. 세계적인 명성이 붙었고, 소속사가 협상의 주체로 붙은 그녀의 계약 조건을 서울시청은 맞출 수가 없었을 겁니다. 이상화 선수는 무적선수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다 이번에 새로 창단한 스포츠토토에 입단했습니다.


우리가 비인기 종목선수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들이 올림픽 때 국가의 이름을 걸고 따내는 금메달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있지도 않은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거의 모든 비인기종목 엘리트 선수의 인건비를 세금으로 대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 까요. 우리는 국민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알 권리도 있습니다. 저는 국가가 그 많은 선수의 인건비를 세금으로 감당하는 이 구조가 기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전매청이 아니잖아요. 시장이 없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애호가의 형식이어야 합니다. 국가의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목적이 올림픽 성적이라면 거기서 성장한 A급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율적인 방식 아닐까요. 어떤 분야도 이렇게 인재를 육성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시장 없는 프로선수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엘리트시스템이란 고립된 장벽을 무너뜨리고 대중저변을 넓혀 시장을 개척해야합니다. 이건 협회의 몫입니다. 그동안 각 경기단체는 우수선수 육성에만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어떤 협회도 저변확대나 시장개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관리하는 대상은 운동을 시작하는 학창시절부터 체육특기생으로 묶이고, 체전을 뛰면서 각 지자체와 특수한 관계로 맺어진 소위 국가의 영역에 속한 전문체육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협회는 국가에 붙어 기구적 역할을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것 다 포기하고 운동만하는 전문체육선수만 관리하면 그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회장들도 전문 경영인보다는 정치인이나 돈대줄 재벌들이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 속에서는 결코 시장이 만들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산도사 2016. 01. 08. https://blog.naver.com/yakolars/22059154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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