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등급 선수의 FA 실패와 비자발적 은퇴: 표승주 사례
- 한승백
-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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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승주의 은퇴 사례는 한국 여자 프로배구 FA 제도의 구조적 제약이 실제 선수들의 계약 자유와 이동 가능성을 어떻게 제한하는지 잘 드러내준다. 표승주는 2024–2025시즌 정관장 팀의 준우승에 주축으로 기여한 후,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A등급 선수였다. 그러나 결국 어떤 팀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은퇴를 선언하였다(이누리, 2025.04.28.).
표승주의 FA 계약 실패 배경에는, 원소속 구단과 타구단 간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보상 규정과 샐러리캡의 구조적 제약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e.g., 김희수, 2025.04.26.; 남정훈, 2025.05.08.; 이누리, 2025.04.28.; 허행운, 2025.04.26.). 표승주는 전 시즌 연봉 3억 원으로 A등급에 해당하였으며, 이로 인해 이적을 원하는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외 1명, 또는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금전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남정훈, 2025.05.07.). 이러한 구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구단에게 지나치게 높은 부담을 주며, 결과적으로 선수의 시장 접근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제한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표승주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요청하였다. 이는 FA 보상 규정을 회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지만, 실행 여부는 선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적으로 구단 간 협상 결과에 의존한다. 특히 이 제도에서는 원소속 구단이 협상의 우위를 가지며, 선수의 이적 요청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표승주 사례에서도 원소속 구단인 정관장은 협상 기간 동안 명확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고, 타구단(흥국생명)과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역시 보상 선수 범위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무산되었다(김용, 2025.04.29.; 남정훈, 2025.05.07.).
일부 언론은 표승주의 은퇴를 선수의 시장 가치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김용(2025.04.29.)은 “프로팀은 자선단체가 아니며, 선수가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면 보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영입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정관장이 악의적으로 선수의 생명을 끊으려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결국 은퇴를 선택한 것은 선수 본인이고 구단은 재계약을 원했다.”고 주장하며 구단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근본적으로 구단의 경제적 효율성을 제도의 유일한 합리성 기준으로 간주하고, 선수의 계약 실패를 개인의 역량이나 시장가치라는 협소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이 같은 논리는 선수 개인이 처한 제도적 제약의 현실을 외면하고, 제도적 정당성을 구단의 이해관계만으로 한정시키는 문제점을 내포한다. 하지만 사회학적 신제도주의에 따르면, 제도의 정당성은 특정 집단(구단)의 이해관계로만 결정되지 않으며, 선수와 팬, 여론 등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의 기대와 가치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Meyer & Rowan, 1977). 특히 KOVO의 FA 제도는 공식적으로는 ‘자유계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보상 규정과 샐러리캡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실질적으로 선수의 계약 자유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표승주의 계약 실패는 개인의 실력이나 시장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제약에서 초래된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사례는 FA 제도의 내재적 모순(institutional contradictions)을 명확히 보여준다. FA 제도는 선수의 계약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운영되지만, A등급 선수일수록 보상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이적에서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자유로운 계약 협상보다는 비자발적 은퇴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4–2025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한 13명의 선수 중 타구단으로 이적한 사례는 이다현과 고예림 단 두 명에 불과하며, 이는 FA 제도가 선수의 이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한국배구연맹,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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