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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휴업지원금, 탁구장은 왜 못 받았나?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을 통해 본 체육시설업의 분류와 그 맥락

코로나 사태로 헬스클럽, 수영장, 태권도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업의 피해가 막심하다. 지난 3월부터 정부는 다중실내체육시설에 대해 3차에 걸친 운영·중단 권고 조치를 내렸다. 이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실내체육 시설은 약 한 달 보름가량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리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퍼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정상적인 영업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매달 건물임대료와 전기세, 수도세 등 지출해야 할 고정비는 한둘이 아닌데, 정상적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 코로나19는 현장의 영세 스포츠 관련 시설업자들을 폐업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내체육시설의 경영난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대책이 이른바‘코로나 휴업지원금’이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일정 기간 휴업을 이행한 다중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지자체들은 약 50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을 지원하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탁구장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어 코로나 휴업지원금 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 건물에 있는 태권도장과 헬스클럽은 지원금을 받았지만 같은 건물의 줌바 댄스학원(에어로빅장)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본고에서는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이하 체시법)’을 중심으로 체육시설업의 분류에 대해 알아보고, 탁구장이 코로나 휴업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행정의 문제점을 꼬집어 본다.


체시법에 명시된 등록체육시설과 신고체육시설

체시법은 우리나라 체육시설의 제반 사항을 명시해 놓은 법이다. 이번 코로나 휴업지원금과 관련하여 대다수의 지자체는 이 법에 명시된‘체육시설업’ 분류 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배분하였다. 여기서 체육시설업이란 공공을 제외한 영리를 목적으로 민간영역에서 운영되는 상업 체육시설이다. 체육시설업은 등록체육시설과 신고체육시설로 구분되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등록체육시설은 ‘골프장업’, ‘스키장업’, ‘자동차 경주장업’의 세 가지 시설이다. 이 시설들은 규모가 크고,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므로 반드시 지자체의 승인절차가 필요하다. 즉, 등록체육시설업의 경우 시·도지사가 국토의 효율적 이용, 지역 간 균형 발전, 재해 방지, 자연환경 보전 및 공공복리 등을 고려하여 설치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이번 코로나 휴업지원금의 대상이 된 신고체육시설업이다. 현재 요트장업, 조정장업, 카누장업, 빙상장업, 승마장업, 종합 체육시설업, 수영장업, 체육도장업, 골프 연습장업, 체력단련장업, 당구장업, 썰매장업, 무도학원업, 무도장업, 야구장업, 가상체험 체육시설업의 16개 시설업이 포함되어있다. 신고체육시설은‘소음, 진동관리법’,‘이용자에 대한 이용약관 및 약정’의 준수, ‘지도자의 배치’, ‘안정 위생기준’, ‘소방시설 기준’ 등 공통적 필수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종목별로 정해진 시설 기준을 갖추어 정해진 신고절차를 통해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탁구장의 자유업종 전환의 맥락

그런데 체시법 제2조에 명시한 ‘체육시설의 종류’에는 포함되지만 등록체육시설도 신고체육시설도 아닌 시설이 있다. 바로 볼링장업·탁구장업·에어로빅장업·테니스장업, 롤러스케이트장업과 같은 이른바 자유업으로 분류된 시설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등록 또는 신고 체육시설업 이외의 체육시설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자유업으로 분류된 체육시설을 코로나 휴업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문제는 이들 자유업 시설들이 체시법 상(제2조) 체육시설로 명시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모두 신고체육시설이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거 탁구장을 비롯한 몇몇 체육시설들은 어떤 이유로 자유업으로 전환되었을까.



체시법 개정에 따라 탁구장은 1999년에, 볼링장, 테니스장, 에어로빅장은 2006년에 신고체육시설에서 자유업종으로 전환되었다. 당시 체시법에는‘해당 종목의 육성 ․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전환의 이유로 명시하고 있다. 즉, 신고체육시설업이 갖추어야 하는 몇 가지 의무를 완화함으로써 탁구의 저변확대 및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들 종목에 왜 이 같은 특혜를 주었나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한때 호황을 누렸던 탁구장은 90년대 종목의 인기 하락, 건물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시설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테니스장, 볼링장, 에어로빅장도 한때 같은 이유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체시법 개정을 통해 특정 시기 폐업 사례가 속출하는 체육시설업에 대해 설치기준을 완화해줌으로써 이들 업종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자유업 전환의 맥락인 셈이다. 일부 지자체가 탁구장이나 에어로빅장에 대해 코로나 휴업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처사는 체육시설업 기준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법 제도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안일한 행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복지사회를 위한 공공과 민간 체육시설의 균형 발전

현재 탁구는 전국적으로 연간 300여 개의 생활체육 대회가 개최될 만큼 활성화되었다. 1부에서 6부까지 수준별 리그도 만들어져 있고, 전문체육 선수와 생활체육 클럽선수가 함께 경쟁하는 대회도 있다.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도심 곳곳의 작은 상가에 자리한 탁구장들이 수많은 탁구클럽이 활동할 수 있도록 근거지 역할을 하면서 국민이 선호하는 생활체육 종목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 신문기사에는 1962년 문을 열어 60년간 운영해 왔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 신촌의 ‘복지탁구장’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가 실렸다.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지난 6월 초 양천구 탁구장에서 발생한 코로나 집단 감염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흔히 시설, 프로그램, 지도자를 생활체육 발전을 위한 3대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 운동장과 체육관과 같은 대규모 체육시설은 공공 차원의 보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종목의 시설을 공공 차원에서 보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심 한구석 상가 건물에 자리한 작은 탁구장이 생활체육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복지탁구장의 사례처럼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 기억 속에 추억으로 새겨진 스포츠 공간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한순간 사라지는 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임대료가 높은 도심 한복판의 체육시설업들이 경제적 차원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탁구장을 비롯한 이들 민간체육시설을 공공재로 간주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설들은 국민 건강 향상과 생활체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치재로서의 의미가 크다. 만일 한국 사회가 스포츠 복지선진국을 지향한다면 공공체육시설뿐 아니라 민간·상업체육시설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스포츠 2020년 9월호 No. 359 스포츠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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