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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사의 해체와 장미의 전쟁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25일


남자핸드볼 전국체육대회 우승팀 코로사 해체(2016. 01. 22. 기사)


두산과 함께 남자 실업 핸드볼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오던 코로사가 결국 해체되었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코로사는 직장체육의 순수한 열정과 희망을 보여줬던 팀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왜 직장체육이라고 하냐면 기업에서 스포츠 팀을 운영하는데 그들이 운동만 하는 선수이기 이전에 직원으로서 일도 하는 직장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코로사 핸드볼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과장, ◯◯대리 뭐 이런 식이란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운동을 하는 주경야운을 하면서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20여 차례 우승을 했다고 하니 코로사는 진정한 의미의 한국형 직장체육의 이상적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 기사에 보면 코로사가 해체된 이유가 스폰서를 찾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기업의 경영난 때문이라면 스포츠 팀은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는 것이고 알려진 대로 코로사가 직장체육 팀이라면 선수들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왜 스폰서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직장인이라던 선수들은 이 팀 저 팀으로 이적을 하고 그러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코로사라는 회사가 좀 궁금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기도 없는 핸드볼을 지원하는 고마운 회사이니까요. 그래서 인터넷에 이것저것 쳐본적이 있는데 핸드볼 기사만 있고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장미육종회사라면 왠지 종자개발을 위한 연구소도 있을 것 같고, 꽃 재배하는 농장에 대한 얘기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런 얘기도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배달도 한다고 하니 유통, 판매도 한다는 말인데,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궁금한 차에 이것저것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코로사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르데스’라는 다국적 종묘회사의 한국 대리업체라고 합니다. 코르데스는 97년 코로사를 설립하고 자사의 장미 품종 19가지를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합니다. 국내의 허술한 법제도의 빈틈을 틈타 자사 특허 장미 품종에 대한 로얄티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였다고 합니다. 당시 코르데스의 장미 품종이 국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었고, 코로사는 이를 재배하는 농가, 꽃 유통공사 또는 도매상인들, 한국화훼협회 등과 10여년에 걸친 각종 소송 전을 치릅니다. 이 사건을 업계에서는 한국과 독일 간의 ‘장미전쟁’이라 불렀습니다. 공사나 협회가 다국적 기업과 맞서는 소송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심각한 문제는 개인에 대한 소송이지요. 예전부터 재배하고 팔아오던 장미인데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한다니 어땠을까요. IMF이후 꽃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들에게 로열티 요구는 곧 도산을 의미할 만큼 위협적이었다고 합니다. 전국의 많은 장미재배농가들이 지리한 종자사용료 지불 소송에 휘말려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송은 결과적으로 코로사의 패배로 끝난 게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종자산업법이 발효되어서 다소 편법적인 방법으로 로열티를 챙기려던 시도를 제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로사와 국내 장미농가와의 장미소송전이 마무리된 것은 대략 2008년 10월 경인 것 같습니다.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 운영하던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은 당연한일 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코로사는 핸드볼 팀을 유지합니다. 로열티 수입이 떨어져 나갔으니 특별한 수익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팀을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스폰서가 등장합니다. 혹시 ‘웰컴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대부업과 저축은행을 하고 있는 이 회사가 네이밍스폰서로서 코로사에 6년간 약 50억을 후원합니다. 네이밍 스폰서이니까 ‘넥센 + 히어로즈’처럼 ‘웰컴론 코로사’가 된 것이죠. 여기에 경남체육회로부터도 2003년부터 연 간 3억 5천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습니다. 팀이 경상남도 소속 대표팀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해 왔거든요. 경상남도의 농민들은 코로사에게 소송을 당해 괴로워하는대 도는 그 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제 위의 기사대로 스폰서십도 끝났고, 더 이상 스폰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회사도 예전처럼 로열티를 받을 수 없을테니 코로사 핸드볼 팀의 해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사가 해체한다고 해도 홍보효과도 없는 비인기종목 핸드볼팀을 창단하고 여러 해 동안 투자를 해 도움을 준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사는 알려져있는 장미회사로서 장미에 대한 연구, 재배, 유통, 판매를 하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핸드볼에 대한 기사만 있고, 회사의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직원으로 채용된 선수들은 정말 장미 배달도 하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운동을 병행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코로사가 핸드볼팀을 창단하면서 장미농가들이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란 기사를 썼던 기자 분은 진심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장미농가들은 환호성은 커녕 장미소송에 휘말려 오랜시간 고통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코로사의 해체가 안타깝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그 선량한 도우미의 이미지는 아니었구나, 오히려 스포츠가 그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닌가란 좀 씁슬한 생각을 해 봅니다.



P.S. 코로사는 시장기반이 아닌 세미프로? 또는 실체 없는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일 겁니다. 이 글을 쓴 이후 성남에 살고 있다는 전 코로사 핸드볼 선수가 게시판에 긴히 할 말이 있다는 글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추가 연락이 없어 만나진 못했는데 그는 무슨 얘기가 하로 싶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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