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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전에서 떠나야”? 허구연 유감

최종 수정일: 2022년 4월 7일



KBO 총재 허구연이 대전의 지방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예비후보들이 대전에 건설 중인 베이스볼 드림파크에 문제를 제기하자

“정치 논리로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고, 지자체가 구단의 소중함을 모르고 이런 갑질을 계속하면 총재의 권한을 이용해 연고 이전을 통해 본때를 보여주겠다”

고 한 것이다. 허구연은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이고, KBO 총재이기도 하니, 야구발전을 위해 베이스볼 파크 건설에 힘을 싣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전 지역 신문을 찾아보면 어떤 후보도 이미 건설 중인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대안 없이, 무조건 ‘한밭운동장’을 철거하는 것이 다양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후보들의 의견이다. 아마도 철거된 동대문운동장처럼 한밭운동장도 오래된 역사의 공간이니 이것저것 조율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허구연의 이런 식의 마이크 권력질을 예전부터 마뜩잖게 생각해 왔다. 과거 해설자 시절에도 야구장은 공공재이니 지자체가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설파해 지자체의 야구장 건설을 압박한 바 있다. 나는 이 문제를 ‘한국 프로야구의 야구장 짓기’란 논문에서 지적한 바 있는데, 기본적으로 야구장 건설은 필요한지 아닌지는 지자체와 구단이란 이해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협상의 결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데, 스피커를 독점한 해설자의 발언이 구단과 지자체 간에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협상의 과정을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장을 짓기 위한 지자체와의 협상,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연고를 이전하는 것 모두 구단의 몫이다. 그러니까 대전의 베이스볼 드림파크도 원안대로 가든, 아니든 한화이글스와 대전시가 알아서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한화 이글스가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대전이 프렌차이즈로 적합한지 아닌지, 계속 있을지 떠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허구연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프로야구라는 사업은 구단이 일방적으로 지자체에 수혜를 베푸는 사업인 것 같다. 수십 년 간 지자체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주민에 성원을 받고, 그 힘으로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허구연의 관점에선 구단은 피해자, 지자체는 가해자, 대전의 정치인들은 죄다 야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나쁜 사람들인가.


견제없는 마이크 권력의 행사는 대중의 인식을 독재한다. 야구 사랑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하다. 프로야구란 프로스포츠 비즈니스가 시장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에 의지하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언론에서 허구연의 지자체 압박 발언을 비판하는 기사도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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